Page 236 - 오산문화총서 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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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5. 1789년(정조13) 10.08. 기록
                   『일성록』, 정조 13년 10월8일


                  · 과천현(果川縣)에 머물렀다.
                   …(중략)… 회(灰)를 쌓기를 기다려 초계석(初階石)을 봉심(奉審)한 뒤에 뒤따라오라고 명하
                  였다. 재실(齋室)로 돌아와 평융복(平戎服)으로 갈아입고 교(轎)를타고 재실을 나왔다. 상류
                  천(上柳川)과 하류천(下柳川)을 거쳐서 수원(水原) 새 읍의 향교(鄕校) 앞에 이르니, 유생(儒

                  生) 10여 인이 길 오른쪽에서 지영(祗迎)하였다. 작문(作門)을 열라고 명하고 소견하였다.
                   이어서 하유(下諭)하기를, “내년 봄 원행(園行) 때에 과거를 설행하여 선비를 시취(試取)할
                  것이니, 부지런히 학업을 닦아서 과거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라.” 하였다. …(중략)… 경기감
                  사와 수원부사(水原府使)는 부로(父老)와 장교(將校) 등을 거느리고 와서 대령하라고 명하였
                  다. 이어 호조판서 서유린(徐有隣)은 입시하여 하교를 백성들에게 선포하라고 명하고, 이르
                  기를, “내가 즉위한 이후로 그대들에게 아무런 혜택도 베풀지 못하여 마음에 항상 부끄럽게
                  여겼다. 하물며 금번 천봉(遷奉)하는 예(禮)는 국가의 막중한 대사(大事)이며 과인(寡人)의 마
                  음속에 오랫동안 맺혀 있던 뜻이었으므로, 다른 것을 돌아볼 겨를 없이 인정과 예의를 다하
                  기 위하여 그대들로 하여금 옮겨 거주하게 하는 노고를 끼쳤으니 더 말할 것이 있겠는가. 그

                  대들이 떳떳한 마음을 지니고 있어 재차 옮기는데도 노고를 꺼리지 않았으나, 내 마음에는
                  어찌 일찍이 조금이라도 편한 적이 있었겠는가. 이제 다행히 대례(大禮)가 완성되고 장례에
                  서 정성을 폈으나, 경진년(1760, 영조36)의 지난 일을 소급하여 생각해보면 나의 마음은 갑
                  절로 억제하기가 어렵다. 이 지역 이 백성은 내 어버이 무덤이 있는 고장 사람이다. 예사롭
                  게 동가(動駕{)하는 곳일지라도 오히려 부담을 경감하여 보살펴주는 일이 있는데, 하물며 그
                  대들을 돌보아주는 나의 마음으로 볼 때 무슨 은택인들 아낄 것인가. 바야흐로 급복(給復)이
                  나 환자(還上)를 정퇴(停退)하는 등의 일, 장보(章甫)에게 과거를 설행하는 일, 무사(武士)를

                  시사(試射)하는 일 등 약간의 조령(條令)에 대해 환궁(還宮)한 뒤에 윤음(綸音)을 별도로 내리
                  려고 하니 그대들은 그리 알라. 그대들은 만일 진달할 만한 폐막(弊瘼)이나 원통한 일이 있으
                  면 각각 하나하나 진달하라.” 하니, 백성들이 대답하기를, “천봉하는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
                  진 것을 삼가 보았으니, 비록 어리석은 마음으로도 또한 몹시 기쁩니다. 원소의 역사는 모두
                  몇 날과 몇 달이 걸렸으나, 군인(軍人)에게는 고가(雇價)를 후하게 주었고 점막(店幕)에 대해
                  서는 착취하는 것을 거듭 금하도록 해주셨습니다. 이주(移住)한 백성들의 경우에는 갑절이나
                  되는 은택을 치우치게 입어, 지금은 집을 짓고 창문을 막고 문을 발라서 각각 편안하게 거주
                  하며 생업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일찍이 살 곳을 잃어버릴 걱정이 없었으며 모두가
                  삶을 즐겁게 여기는 마음을 품고 있으니, 또 어찌 진달할 만한 폐막이나 원통한 일이 있겠습

                  니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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