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오산문화 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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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VOL. 73  osan culture









                                                                    밤12시에 정상을 향해 출발하기로 했
                                                                    다. 출발하기 전인 10시쯤 단팥죽 1캔

                                                                    씩으로 저녁을 때웠다.
                                                                    그러나 출발할 때쯤에 문제가 생겼다.
                                                                    집사람과 친구 부인이 침상에 누워 꼼

                                                                    짝도 못하며 일어나질 못한다.
                                                                     포기하지 말고 함께 올라가자고 종용
                                                                    도 해보았는데, 집사람은 성질까지 내
                                                                    보이며 나와 싸울 기세다. 감기약을 먹
                                                                    고 가자고 종용하는 나를 본 그 정형

              몹시 아프단다.                                              외과 의사는 자신이라면 두 사람의 등
              배낭을 포터에게 맡기고 힘을 내어보지만, 우리가 왜 이런 고생                    반을 포기하고 이곳에 머물게 하겠다.
              을 하며 여기를 오르지. 하는 생각도 다시 해보게 된다. 모르겠                   는 말을 우리에게 전한다. 우리는 두

              다. 친구 한 명은 이제 대놓고 불만을 표출한다. 아마 넋두리하                   사람을 키보산장에 남겨둔 채 산장을
              는 것으로 자책 삼아 위로하는 것일 것이다. 쌍욕?이 나오기 일                   출발하여 정상까지 7~8시간, 하산하
              보 직전에 키보산장에 도착했다.                                     는데 5~6시간이 걸리는 정상을 오르
              점심을 주는데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오늘 밤12시에 정상                    기 위해 마음 단단히 먹고, 입고, 싸매
              을 향해 출발해야 하니 점심 식사 후 휴식을 취하고 자란다.                     고, 길을 나섰다. 저 멀리 산을 오르는

              억지로 침상에 누워 잠을 청하는데, 영 잠이 오질 않는다.                      불빛들이 줄을 잇는다. 모두 머리에 장
              두런두런 이야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집사람이 등이 자꾸                      착된 헤드라이트를 켜고 1인 1셀퍼를
              아프다고 하여 보니 약 한 달 전 즈음 종기로 인해 제거 수술                    동행하여 걷는다.

              을 하고 꿰맸던 자리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기압의 차이로 가
              장 연한 피부가 터진 것이란다. 마침 일행 중에 정형외과 의사                    한참 동행인의 등만 바라보고 걷게 되
              가 있어서 대충 치료를 했다.                                      었는데, 주변을 볼 겨를이 없는 저산
              시간이 지날수록 나보다 잘 견디었던 집사람의 상태가 좋지를                      소증에 힘든 나는 이곳이 어딘지 가늠
              않다. 친구의 부인 한 명도 점점 힘들어하는데 걱정이다.                       하기 어려워 뭐가 뭔지를 모르는 상태

                                                                    가 되었다. 하염없이 그냥 오르고 또
              2013년 2월 19일(화). 키보산장, 길만스포인트,                        오른다. 안내자 말에 따르면 한스마이
              킬리만자로 정상-우후루피크, 마링구게이트                                어 동굴을 지났다고 하는데, 지금 저

                                                                    산소증에 괴로운 나에겐 이러한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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