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오산문화 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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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문화








                                                                 이 포터들 중에 한 포터는 신발도 제대
                                                                 로 신지 못하고, 슬리퍼에 다 헤진 운

                                                                 동화에, 편치 않을 것 같은 의복에, 한
                                                                 쪽 다리까지도 불편하여 절름거리면서
                                                                 똑같은 무게의 짐을 메고 가는 장애인

                                                                 포터. 아무리 돈으로 고용했지만 미안
                                                                 하다. 사람이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마
                                                                 음이 짠하다.
                                                                 삶을 다시 돌이켜 보며 지금의 나를 감
                                                                 사한 마음으로 축복했다.

                                                                 위로 올라갈수록 이색 풍경이 점점 많
                                                                 아졌다. 정상을 무사히 밟고 밝게 내려
                                                                 오는 사람 중에 한발 달린 수레에 몸

                                                                 을 묶어 싣고 그 험한 내리막길을 내
                                                                 려오는 사람이 있어 어떤 사람인가 했
                                                                 는데, 고산증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고
                                                                 급히 하산하는 사람이란다. 심한 경우
                                                                 헬기 후송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모

                                                                 두 자비 부담이란다.
           로를 외치며, 파이팅으로 화답하고 아주 느리게 아주 천천히                      우리 일행들은 저런 일이 없어야 할 텐
           걷는다.                                                  데 하는 걱정도 앞선다.

           오늘 종일 약 8시간에 걸쳐 걸어야 한단다.                              우리와 함께 등반했던 대구에서 온 한
           고산 사막지대로 화산지역인데 흙먼지에 돌에 조심조심 걷고                       사람은 고소적응 훈련을 하려고 말레
           또 걷는데 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곳에 마지막 샘에서                      이시아 코타키나발루까지 다녀왔는데,
           손도 적셔보고 불안해서 마시지는 못하지만 입도 축여 보고                       더 올라가지 못하고 호롬보산장에서
           하며 걸었다. 점심으로 가져온 도시락으로 먹히지 않는 음식                      포기하고 내려갔다. 제발 우리 일행 모

           을 억지로 먹어가며 힘을 내본다.                                    두는 모두 정상을 밟고 내려가기를 기
           이곳 포터들은 족히 4~50Kg은 됨직한 짐을 머리에 이고, 등                   원해 본다. 다리가 아프고 힘든 것보단
           에 지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잘도 올라간다. 하루에 20달러                    머리가 아프고 숨이 차고 몸살끼도 있

           정도의 노임을 받는다는데 엄청 큰돈이란다.                               어 몸이 자꾸 쳐진다. 집사람도 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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