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오산문화 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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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VOL. 73 osan culture
지 내려와서 하루를 휴식하고 마랑구게이트까지 가서 하산하 둥켜안고 고마워했다. 언제 또 만날 수
는 일정이었으나, 인솔자는 서둘러서 바로 마랑구게이트까지 있을지 모르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해
내려간다고 하명조 톤의 설명을 한다. 단식을 하고 모시라는 작은 도시에 있
그런데 몸이 말을 들어야 내려갈 것 아닌가. 난감한 일이 아닐 는 임팔라호텔로 가기 위해 버스에 몸
수 없다. 나 때문에 또 나를 위해서 빨리 내려가야 한다니 일 을 실었다.
행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없고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도 해보 오는 길이 여유롭다.
고, 진통제에 이뇨제도 먹어보고 하면서 아무리 정신을 차리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도 보이고 도
려 해도 안된다. 저히 사서 갈 사람이 없을 것 같은 물
어찌어찌 두 사람 셀퍼의 도움을 받아 출발하긴 했다. 건을 파는 시장도 보였다.
한발 두발 조금씩 조금씩 내려올수록 이게 웬일인가 싶다. 오늘 하루는 엄청이나 긴 하루였다.
시간이 지나고 고도가 낮아질수록 나도 모르게 걸음이 빨라 2013년 2월 21일(목). 모시, 타라케
지고 힘이 생긴다. 아, 암보셀리, 사파리, 세레나리조트
나 원 참.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런 민망할 때가…
나는 뒤를 돌아 저 멀리 서 있는 킬리만자로의 정상을 다시 한 킬리만자로 등반 일정을 모두 끝내고
번 올려다보았다. 그곳 킬리만자로는 위엄있게 나를 묵직하게 호텔에서 조식을 마친 후 타라케아에
내려다보고 있었다. 있는 국경으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에
몸을 실었다.
2013년 2월 20일. 탄자니아 땅을 뒤로 하며 출발하여 타
호롬보산장, 마랑구게이트, 모시 라케아까지 2시간 30분 걸린단다. 차
창으로 보이는 세상은 검고 삭막하고
먼지 쌓인 돌길을 터덜터덜 걷고 또 걷다 보니 이윽고 마랑구 말라 있었다,
게이트 공원사무소 앞에 다달았다. 함께 했던 일행들과 셀퍼 이윽고 타라케아에 도착한 후 출입국
들 그리고 포터들까지 큰 나무 그늘 밑에 자리를 펴고 있었다. 수속을 마치고 케냐에 소재하는 암보
얼음통엔 담가 놓은 맥주, 콜라, 사이다, 열대과일이 푸짐하 셀리국립공원으로 이동한다. 1시간 30
다. 먼저 콜라 한 캔을 따서 숨도 안 쉬고 들이켰는데 지금까 분이 걸린다고 한다. 중간에 휴게소에
지 마셔본 음료수 중에 최고의 맛이었다. 서 잠깐 휴식을 취하는데 큰 나무 밑
하산 신고를 하고 등정증명서를 발급받고 아주 늦은 점심 겸 그늘이 시원하다.
저녁을 먹으며 그동안의 고생을 서로 격려하고 위안하였다. 청소하고 잡일을 돕는 초등학생쯤 되
현지인들의 아프리카 노래를 신나게 따라 부르며, 서로를 부 어 보이는 아이의 행색이 너무 초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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