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4 - 오산문화총서 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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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진 내 뱃고랑은 노을로 가득했었지
해거름 길목 엉겁결에 만난 메뚜기
날로 꿀꺽 하려다
멀리 오산 쪽으로 뻗은 더듬이를 살짝 매만졌어
동네 개구쟁이들 얼굴, 안방 삼아 뛰놀던 운암뜰 추억
손 끝으로 묻어날까 해서
아른거리는 기억
절반을 뚝 잘라 먹은 자리엔 새침데기 아파트 들어앉았고
남은 반, 잃지 않으려 콤바인 소리 요란한 가을
뭔가 하고픈 말
뚝뚝 떨어지고 있다 황소의 눈에서는
옛 그리움
지운 운암뜰 한가운데
볏짚으로 만든 조형물, 메뚜기 한 마리 키워볼까나
이 시에서는 시인의 어린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운암들에 대한 추억들이 영상미 있게
표현되어있다. 시의 포괄적 표현 특성 속에서도 손에 잡힐 듯 애틋한 어린시절 추억이 회상되면
서 50년이 지난 지금에도 변함없이 운암들에 닿기 위해 웃말, 가마뫼까지 보뚜랑 길을 지나면
서 운암들의 반은 이미 운암지구의 아파트 단지로 변화되어 있고, 나머지 반은 현재 첨단산업단
지로 개발을 앞두고 있는데, 이 나머지 반이라도 농토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듯이 콤바인 소리
가 요란한 가을. 뭔가 하고픈 말이 있듯이 황소의 눈에서는 옛 그리움을 지운 듯이 운암들 한가
운데에 볏집만 남은 볏집가리에 메뚜기 한 마리 끼워 보고 싶은 마음이 된 시인의 애틋한 마음
만이 노랗게 익어가고 있는 운암들녘을 마음으로 품고 있다.
292 강경구·남경식·한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