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1 - 오산문화총서 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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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촌 사과밭 열매가 석양에 익고

                 양장집누에가 비단 집 지을 때
                 곳곳 메가리간엔 소로 마차로
                 벼가마가 산에 산을 이루었고

                 오산내 넓은 모래밭엔 벼멍석이 깔리고
                 그 큰 가마장이 아랫장에 섰을 때

                 누런 벼 멍석 위엔
                 검은 까마귀 떼가
                 훨훨 날아들었다



                 박동 박후작(朴侯爵)집 복사밭 개나리 노랗게 피고
                 보리밭 위 창공에 종다리 솟구칠 때

                 곳곳 앞뒤 도랑엔 맑은 물이 흘러
                 피라미 붕어떼 떼에 떼를 이루고
                 오산내 넓은 모래밭엔 봇삼군이 몰리고

                 넓은 들 운암들에 햇모가 파아랄 때
                 아지랑이 봄 하늘엔

                 검은 까마귀 떼가
                 짓궂게도 넘나들었다
                 궂은 날 장안날엔 까마귀 떼는

                 도수장간 양버들 위에 우지져댔고
                 암산 화장터에 불꽃이 인 날엔

                 철다리에서 까옥까옥 울어댔었다.


                 얄궂은 흉조(凶鳥)는 간 데가 없고

                 까악까악 까옥 소린 사라졌건만
                 들고 날고 이십 년에 설음만 느니
                 나 뛰어놀던 날 옛날이

                 더욱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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