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3 - 오산문화총서 7집
P. 293
메뚜기 23)
김재용
조그만 텃밭에
손바닥만 한 논배미 만들었어요
늦은 봄바람이 꼬불꼬불 산을 넘어 고추를 매만지던 날
삽자루 부러지도록 써레를 했지요
어릴 적
메뚜기랑 잼나게 놀던 운암뜰 울컥 생각 나
여름내 물노래에 잠긴 물꼬를 보며
하늘 끝 높은 음,
벼꽃의 노래는 마차를 타고 고향으로 달렸지
시월 초
누렇게 색 입힌 벼 이삭으로 단풍놀이 나온 메뚜기 가족
50년만의 해후가 너무 달콤했어
아직도 혀 끝에 남아 있는 메뚜기 맛
입안을 굴러다니고 있네
간지럽게
윗말 지나
먼 가마뫼까지
운암뜰 보뚜랑 길은 한 상 가득 먹자골목
한 병, 두 병
아버지의 하루를 달랜 빈 쏘주병으로 메뚜기가 들어갈때
23) 김재용 시인은 오산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33년간 농협에 근무하고 오산농협 상무를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현재 한국문
인협회 오산시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시집에 『벼꽃 너는』, 『시처럼, 나는』 등이 있다.
운암들(운암뜰) 탐구 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