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8 - 오산문화총서 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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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운암들 주변에서 전해오는 전설 20)
운암들 주변에서 전해오던 전설에 대해 알아본다. 현재 오산시민들은 이들 전설에 대해 잘 알
고 있는 편이다.
1) 운암들전설
운암들은 오산에서 단일 지역으로는 가장 넓은 벼 생산지였다. 현재는 개발로 옛 모습을 찾긴
어려우며, 개발하고 남은 구역도 조만간 개발이 예정되어 있으며, 개발이 끝나면 농지로서의 운
암들은 사라질 것이다.
“아주 오랜 옛날에는 오산천에 제방이 없어 장마만 지면 물이 범람하여 농사에 막대한 피해가 있었다.
그러나 제방을 쌓을 수 있는 능력이 없어 고민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길을 지나던 과객이 금암리 어느
진사의 집에서 식객 노릇을 하게 되었는데, 과객은 구척장신에 힘이 장사였다고 한다. 범상치 않은 인물
임을 알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더니, 과객이 며칠 동안을 무위도식하며 지내다 하루는 진사에게
신세를 많이 졌으니 도와드릴 일이 없냐고 물어 진사가 오산천 범람에 대해 말하니 과객은 딱한 사정을
듣고는 내가 제방을 쌓아줄 테니 몇 월 며칠 보름날까지 큰 가래를 하나 준비하고, 통돼지 일곱 마리와
술 일곱 동이를 준비해 달라고 하더란다. 진사는 어이가 없었으나 과객의 인물됨이 보통 이상이라 사람
을 시켜 수원 광교산에서 큰 물푸레나무를 하나 베고, 수원의 대장간에서 큰 가래 삽을 만들어 소로 끌
고 오산으로 왔다. 드디어 약속한 날짜에 과객이 하루 종일 낮잠을 자고는 저녁에 일어나 진사에게 말
하기를 내가 지금부터 일을 시작하니 마을 사람들에게 말하여 아무도 밖에 나오지 말아달라고 이른다.
진사가 그렇게 하겠다고 약조는 하였으나 너무 궁금하여 마을 주민들과 몰래 숨어서 과객의 하는 짓을
보니 과객은 그 큰 가래를 한 손으로 들고는 오산천에서 일을 하는데 개천의 바닥의 흙과 모래를 떠서
는 왼쪽에 쌓고, 또 떠서는 오른쪽에 쌓으니 순식간에 제방이 되더란다. 한참을 그렇게 일을 하더니 통
돼지 한 마리를 먹고는 술 한 동이를 마시고 이런 식으로 제방을 쌓는데 새벽이 되어 동이 틀 무렵에는
오산천의 제방이 다 쌓여졌다고 한다. 밤새 숨어서 구경을 하던 진사와 마을 사람들은 피곤하여 새벽에
집으로 들어가 잠을 자고 일어나니 오산천의 제방은 완성되어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더란다. 한편, 과
객은 밤새도록 오산천의 제방을 쌓는 일을 마치니 동녘에 붉은 해가 떠올라 이제는 떠날 때가 되었음
을 알고 진사에게 떠나겠노라 인사를 드리니 진사를 비롯한 주민들이 사례를 하고자 하였으나 사절하
고 유유히 한양을 향해 길을 떠났다고 한다. 그 때까지 그 과객의 이름을 모르던 주민들은 과객에게 이
20) 오산시사편찬위원회, 2020, 『오산시사』 6권, 47~48쪽
286 강경구·남경식·한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