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0 - 오산문화총서 7집
P. 290
3. 문학작품에 담긴 운암들
문학작품 중 시에도 운암들이 담겨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까마귀 날던 때 21)
구건
산발머리 양버들 울타리로 싸이어
검은 양철지붕 큰 도수장간이
윗동네 한복판에 홀로 섰을 때
무너진 콘크리트 큰 다리가
통나무 기둥 다리이었고
오산내 그 물이 섬둑가에 얼어붙고
그 큰 쇠장이 섬둑 거리에 섰을 때
검푸른 하늘 흰 눈벌판 위를
시커먼 까마귀 떼가
까옥까옥 날았었다
한여름 몇 번 장마 붉덩물로 싸이어
시달래 오막살이 집 한 채가
사과밭 섬 속에 오똑 섰을 때
새탓말 새 학교 터가 똥집 사과밭이었고
밀머리는 장마물로 바다가되고
사과 배 뽕밭이 섬 안에 있었을 때
궂은 하늘 붉덩물 위를
시커먼 까마귀 떼가
까옥까옥 날았었다
21) 오산고, 1955, 『청학지』(靑鶴誌)
288 강경구·남경식·한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