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8 - 오산문화총서 7집
P. 278
로 갈 때 말을 갈아타고 가는 곳으로 근처에는 숙박시설이나 말을 위한 마구간이나 마방(馬房)
이 있어 번화했던 곳이다. 청호역은 삼남대로에서 동쪽으로 1km 이상 떨어진 작은 골짜기 입구
에 있었으며, 가천역과 화천역도 삼남대로에서 각각 2km, 3km 이상 떨어져 있는 곳에 자리 잡
고 있었다. 이에 대해서 일찍이 실학자인 유형원(柳馨遠)도 전국적으로 많은 역이 길옆에 있지
않고 길에서 떨어진 곳에 위치하여 도로의 운영에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역촌은 19세기 후반 이후 그 기능을 대부분 상실하여 현재 그 형태나 구조를 파악하기 어려우
며, 지명 등을 통해 위치의 비정 정도가 가능할 뿐이다. 당시 서울에서 전국의 주요 지역으로 통
하는 주도로가 9개 노선으로 나 있었는데, 남원 가는 길은 서울에서 통영 가는 제6로에 속했다.
통영 가는 노선은 충주, 상주, 성주, 함안, 진해로 가는 제5로가 있고 또 전주, 남원을 거쳐 운
봉, 팔량치를 넘어 함양, 진주를 경유해 가는 제6로가 있었다.『증보문헌비고』에 나와 있는 이 제
6로의 남원까지의 노선은 이렇다.
서울-동작나루-과천-갈산참-미륵당-유천-중저-청호역-진위-소사-성환역-천안-김제역-덕평-차
령-광정창-모로원-공주-경천역-노성-초포교-사고-은진-여산-탄현-삼례역-전주-만마동-오원역-
마치-오수역-율현-남원
한편, 『춘향전』에는 한양에서 남원 가는 여로(旅路), 이른바 노정기(路程記)가 두 번 나온다.
변학도가 남원부사로 부임하는 길이 그 하나이고, 이도령이 암행어사가 되어 내려가는 길이 다
른 하나이다. 여기에도 청호역이 나온다.
“남대문 밖 내달아 칠패 팔패 청파 배다리 너푸내 얼풋 건너 오야고개 바삐 넘어 동작이 월강하여 승방
들 내달아 남태령 바삐 넘어 과천읍내 중화하고, 찬우물 자진골 사그내 얼른 지나 지지대 하마하고 미
륵당이 내려가니 포기정이 거기로다. 화성을 다다라 북문 안 넌짓 들어 남문 밖 숙소하고, 이튿날 내달
아 상류천 하류천 대황교 비껴놓고, 떡전거리 중미고개 장개울 넘어가니 오미장터 거기로다. 청외를 얼
른 지나 진위읍내 새둑거리 소골지나 칠원소사 말을 몰아 애고다리 개평이 홍경이 지나가니 성환 술막
대자거리 웃비뚜리 아랫비뚜리 천안읍내 얼른 지나 삼거리 숙소하고 이튿날 내달아 도넘피 바삐 넘어
굴머리 부처댕이 지나가니 김제역촌 거기로다. 신덕평 구덕평 원터가 중화되고, 차령을 잠간 넘어 인주
원 바라보고 팔풍정이 지나가니 관정역촌 거기로다. 활원 지나 모로원 장터 숙소하고 이튿날 내달아 일
신지나 금강건너 장거내 말을 몰아 높은 행길 바삐 지나, 소지 역말 기사원 널터 지나 경미역에 숙소하
고 풋개다리 건너서서 미구경 말을 몰아 사교장터에 가니 황하정이 지경이라. 지애미고개 넘어 여산읍
내 쑥고개 연봉정이 능개울 통새암 바삐지나, 삼례 긴동 말을 몰아 숲정이 들어가니 전라감영 거기로다.
276 강경구·남경식·한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