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1 - 오산학 연구 4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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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죽게 되는 이야기이다. 뛰어난 인물을 크게 쓰지 못하고 자신들의 기득권과 권력 유지를 제
거하고 만다.
역사 속에서 비범한 능력을 가지고 아기가 태어났으나 국가에 이롭지 않다는 이유로 죽음으
로 내몰리는 궁예의 이야기를 살펴보자.
궁예는 신라인으로 성은 김씨며 왕손(47대 憲安王 혹은 48대 景安王의 아들)으로 중천일(重千日 5
월5일)에 외가에서 태어났다. 태어날 때 지붕위에 긴 무지개와 같은 흰빛이 하늘에 까지 닿았는데,
일관이 말하기를 “이 아이가 중천일에 났으며, 나면서부터 이(齒)가 있고, 또 광염(光焰)이 이상하였
으니 장차 국가에 이롭지 못할듯 합니다. 기르지 마옵소서” 하였다. 왕이 사자(使者)에게 명하여 그
집에 가서 죽이게 하였다. 사자가 아이를 죽이려고 樓마루 아래로 던졌는데, 비자(婢子)가 몰래 받다
가 잘못하여 손으로 찔러 한눈이 멀게 되었다.--삼국유사 권50, 열전 10, 궁예 조
궁예(서기 857년? ~918년)는 후고구려를 건국한 인물인데 결과적으로 신라와는 악연이었다.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이가 나있고 무지개와 같은 흰빛이 하늘에 닿았다하여 국가권력이 죽이려
고 했다. 태어나자마자 아기가 기존 질서에 또는 어떤 기득권에 대해 위해를 가하지 않았지만
단지 예언 또는 역관의 점에 의해 살해되는 운명이 되었다.
궁예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최응이라는 사람도 태어나자마자 나라에 이롭지 않다고 하여 죽
이려 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런 이야기들이 아기장수이야기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볼 수 있
다. 이렇게 아기장수이야기는 역사 속의 인물과 고사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형성되었을 것이다.
기나긴 세월 속에 아기장수이야기가 전해져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것도 300여 편의 이야기
가 전국에 걸쳐 전승되고 있다. 이렇게 기나긴 생명력을 가진 이야기의 전승력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1. 순응과 반항이라는 상반된 가치사이의 긴장과 균형
김영희는 지속적으로 아기장수이야기가 이어지는 이유를 ‘순응과 반항이라는 상반된 두 가치
사이의 긴장과 균형’ 때문이라고 했다.
아기장수이야기 의미 해석의 핵심 열쇠는 ‘아기장수의 죽음을 둘러싸고 갈등하는 상반된 가치가 무
엇이냐’는 것이다. 이것을 ‘순응과 반항의 논리’로 설명한다면, 서사적 결말을 통해서는 ‘순응의식’을,
심층에 내재한 논리를 통해서는 ‘반항의식’을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건의 결과를 중심에 놓
아기장수 이야기의 지속성과 어머니의 역할 그리고 오산 아기장수 이야기 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