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5 - 오산학 연구 4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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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장수>설화에서 정서적 반응의 주체인 아기장수의 부모가 환기한 세가지 공포를 제시했다. 첫
                   째는 이물적인 존재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며, 둘째는 지배층의 폭력적인 힘 이면에 존재하는 죽

                   음에 대한 원초적인 공포이고, 셋째는 이웃을 믿지 못하고 의심함으로써 발생하는 불안의 감정이었
                   다. 21)


                 아기장수는 어깨죽지에 날개가 달려있거나 비늘이 나 있고, 다른 경우 하반신 없이 ‘웃도리’만
                가지고 태어난다. 거기다 아기가 날아다니고 힘이 장사여서 외모뿐 아니라 능력마져 남달라 부

                모에게 이질감과 당혹스러움을 갖게 한다. 남들과 다른 외모와 이질적인 능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마치 헐리우드 영화 <X맨>시리즈에 나오는 돌연변이가 인간 사회에 적응하고 섞여 살

                수 없는 이유와 같다. 인간은 남들과 다른 외모와 능력에 대해 배타적인 두려움을 갖고 있다.
                 또한 뼛속 깊숙이 내재하는 ‘평민이 장사를 낳으면 삼족을 멸한다’는 사회통념은 아기를 살려
                둘 수 없는 존재로 인식하게 한다. 아기보다 당장의 부모 자신이 목숨을 잃게 될지 모른다는 원

                초적인 공포다. 그리고 아기장수를 낳은 것을 아는 집안 사람들이나 동네 사람들이 똑같은 죽음
                의 공포로 인해 관가에 밀고할지 모른다는 불안을 지적하고 있다.



                4.성공한 역사의 부재



                 아기장수이야기가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실제 민란이나 반란이 성공한 역사
                                                                            22)
                가 없기 때문이다. ‘전설은 어떤 역사적 사실로부터 성립하고 성장한다’ 고 한다. 전설은 근거
                없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맥락 속에서 탄생한다는 말이다.

                 수많은 민란, 봉기가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우리가 많이 아는 고려시대 망이망소이의 난, 만
                적의 난이 힘차게 일어났으나 결국 실패했다. 조선시대에는 더 많은 반란과 민란이 있었다. 이
                몽학의 난, 임꺽정의 난, 홍경래의 난, 임술민란, 동학농민전쟁 등 많은 민란이 있었지만 조선

                은 꿋꿋하게 왕조를 지켜 나갔다. 조선시대는 한번도 민란이 성공하지 못했다.
                 조선시대에 성공한 정권교체는 정권을 잡기위한 쿠테타 밖에 없었다. 세조의 계유정난, 연산

                군때 중종반정, 그리고 광해군때 인조반정 같은 사건들이다. 다시 말해 같은 기득권 세력끼리의
                대결이었다. 계유정난은 세조가 조카인 단종을 폐위하고 자신이 왕이 된 사건이고, 중종반정은






                21) 황승업 앞의 논문 106쪽
                22) 장덕순 외 『구비문학개설』  일조각 1977, 44쪽


                                      아기장수 이야기의 지속성과 어머니의 역할 그리고 오산 아기장수 이야기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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