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2 - 오산학 연구 4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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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 뚜렷한 한계설정은 하층민들에게 주어지는 모든 종류의 부당한 제약과 횡포들로 어쩔 수 없는 것
                  이므로 수용하게 하는 운명적인 수동성을 더욱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17)



                중국 왕조가 교체되면 제일 먼저 유교사상의 창시자인 공자가 격하되지만 자신들의 왕조가
               안정되면 가장 먼저 공자를 찾는다. 공자의 유교사상의 근간이 기존 질서의 유지에 있기 때문이

               다. 예를 들어 삼강오륜(三綱五倫)으로 대변되는 유교의 이념은 왕은 왕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하고 신하는 왕에게 충성하는 본분을 잊지말아야한다는 등의 질서를 강조한다. 이것을 권력자
               들이 교묘히 통치이념으로 이용했다. 자신의 자리와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지극히 당

               연한 논리가 권력을 가진 기득권 세력들만을 위해서 작동되었고, 백성(민중)들은 당연히 순응하
               고 지배받아야한다고 세괴시켰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대동세상(大同世上)을 만드는데 힘을
               다해야하지만 피지배층을 이용하고 수탈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여지고 기능했다.



               2.역적이라는 이데올로기



                조선이라는 세습신분제가 철저히 확립된 사회에선 피지배계급에서 태어난 뛰어난 능력의 인
               물에게는 어떤 역할을 할 자리가 없다. 때문에 기존 질서에 대한 불평불만을 갖고 기득권세력의

               반대파가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그래서 지배층에서 이들을 ‘역적’이라는 굴레를 씌우
               고 그 가족과 동네사람들까지 삼족을 멸한다고 협박하고 목을 조였다.



                  ‘역적’이라는 말에는 지배층(기득권층)의 이데올로기가 숨어있다. 물론 동일한 지배층 내에도 이 역
                  적의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 삼고 있는 것은 피지배층이 갖는 잠재력이다. 역적이 된다
                  는 것은 기존 질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것은 지배층으로서는 그것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무조건 불편하고 있어서는 안되는 사건이다. 더군다나 개인의 능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세습신분에 의해서 태어날때부터 자신의 한계가 지워져 버리는 시대에는 이 불만은 언제나 잠재되
                  어 있을 수 밖에 없다. ‘역적’이란 지배층이 가진 기득권에 반대하는 자이며, 이들은 지배층의 입장에
                                                         18)
                  선 그들의 안위를 위해서 마땅히 제거해야할 대상이다.


                ‘역적’이라는 무시무시한 말로 압박을 가하여 피지배층의 잠재력을 미리 제거해 미래에 닥칠





               17) 강진옥 앞의 논문 183쪽
               18) 강유리 앞의 책 271-272쪽



               220  한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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