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8 - 오산학 연구 4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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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지 말고 나에게 주오”라고 부탁을 했다.
                  어머니는 날이 새고 나서 자식을 위해 콩을 볶았는데, 그만 콩 한알이 튀어나온 것을 무심코 먹고 말

                  았다.
                  이튿날 아기가 동쪽을 보고 앉았는데 어디선가 화살이 날아왔다. 화살한대에 콩한톨씩 받아쳤는데
                  마지막에 콩 하나가 모자라 아기가 화살을 맞았다.
                  아기가 “내가 죽으면 삼나무줄기 한줌과 나락껍질 한말, 서숙 한식기를 아문골 큰 바위 밑에 넣어주
                  시오. 그리고 누가 찾아와 물어도 어머니가 죽는 한이 있어도 가르쳐 주지 마시오” 라고 말했다.
                  죽은 아기를 아기가 말한 곳에 묻고 오니 그 남자가 다시 와서 아기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어머
                  니가 안가르쳐주자 죽인다는 으름장에 못이겨 아기가 묻힌 곳을 가르쳐주게 된다. 한 십분만 있으면
                  되었는데 어머니 자신이 죽게 되니 가르쳐 준 것이다. 그 사람이 바위를 들어내니 서숙이 신하가 되
                  고, 삼나무줄기는 화살이 되었는데 십분을 못기다리고 원수를 못갚고 재가 되어버렸다. 어머니를 잘

                  못만나 두 번이나 실패하고 말았다.      15)
                                                 「어머니의 잘못으로 실패한 아기장수」-한국구비문학대계


                <대결형> 아기장수 이야기는 아기가 하반신이 없이 태어나 ‘웃도리’만 있다고 해서 윗도리, 우

               투리 이야기로 불리기도 한다. 윗도리만 있어서 어머니에게 입혀 있는 아기가 어느날 나타난 남
               자(관군, 왕이 보낸 장군 등)의 엉뚱한 질문에 지혜로운 답을 하여 자신의 존재가 발각된다. 아
               기는 그 남자가 다시 찾아올 것을 알고 어머니에게 콩을 한말 볶아달라고 하며 대비한다. 콩을

               한알도 흘리거나 먹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지만 어머니는 떨어진 콩 한알을 먹게 되고 그 남자
               가 찾아와 활을 쏠 때 콩 한알이 부족해 아기가 죽는다. 아기가 죽으면서 삼대와 나락, 서숙을

               어느 바위 밑에 함께 묻고 묻힌 장소를 누구에게도 절대 얘기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그 남자가
               다시와 아기가 어디에 묻혔는지 다그치고 죽이겠다는 협박에 못이겨 어머니는 결국 얘기하게
               된다. 아기는 10분(또는 하루)만 더 있었으면 신하와 무기가 완성되고 출정할 수 있었는데 실패

               하여 재가 되어버렸다.
                <대결형>에 등장하는 남자가 이성계, 대조영 등 실존 인물로 전승되기도 한다. 이성계는 조선
               을 건국한 인물이고 대조영 또한 발해를 세운 사람으로, 아기장수는 이들과 갈등하는 대립축이

               된다. 이성계와 대조영은 국가를 건국하여 기존 질서를 창조한 영웅으로서 기득권층을 대표하
               고 있다. 때문에 새로운 질서와 세상을 만들 아기장수와 대립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 유형의
               아기장수이야기에는 아기장수와 관군으로 대변되는 기존 기득권 세력과 이에 대항하는 갈등과





               15) 『한국구비문학대계』 한국학중앙연구원 7-9



               216  한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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