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7 - 오산학 연구 4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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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용인 이씨 집안에 조선시대 때 동지중추부사(同知中樞府事)를 지낸 분이 계신데, 어느 날 역학
지사(易學志士) 선생이 마을을 지나다 들러 집안에 장사가 날 것이라고 하더니, 때마침 생남하였는
데 이 아이가 날 때부터 이가 났고, 겨드랑이 밑에 날갯죽지가 돋쳤으며 눈에서는 독특한 광채가 빛
을 발하였다.
집안 식구 모두가 기이하고 놀라 중추부사를 모시고 가족회의를 거듭하던 끝에, 마침내 이 아기를
죽이기로 결정을 하였다. 처음에 아기를 잡아뉘고 맷돌을 올려 놓아도 죽지를 않아서 방치돌을 올
려 놓으니 아기가 말을 하기를 '왜 나를 죽이려 하십니까' 하고 물으니 '너를 살려두면 삼대가 멸문하
는 역적 집안으로 몰리니 어쩔 수 없다'고 한즉 '내가 살아도 역적은 안됩니다' 하니, '네가 죽어야 집
안이 무사하다'고 하면서 죽으라고 이르니 '내가 죽어서 집안이 잘 되고 무사하다면 죽겠는데, 그냥
은 절대로 죽지 않으니 저를 죽이려면 날갯죽지를 잡아뽑아야 죽을 것입니다'라고 하여 날갯죽지를
뽑으니 갑자기 천지가 진동하면서, 투구봉과 금반향지간의 산이 갈라지면서, 용마(龍馬)가 어흥 소리
를 내며 달려나와 동탄 구산(龜山)을 딛고 용인쪽으로 날아갔다고 하는 전설이 전한다. 그래서 후세
인들이 구산에 미륵을 세우고 빈다고 한다. 지금도 화성군 동탄면 면사무소 옆 구산에는 미륵이 있
으며 이 일대를 미륵뎅이·미륵동이라고 부른다 35)
전형적인 <날개형>유형의 이야기이다. <날개형>의 구조는 ‘① 평민의 집에서 아기가 태어난
다 ② 태어난지 3일만(또는 삼칠일)에 시렁 위를 날아다니는 것을 어머니가 발견한다 ③ 아기가
장수가 되면 삼족이 망한다고 아기를 죽인다 ④ 아기가 죽자 용마가 나타나 슬피울다 죽거나 날
아간다’로 되어 있다.
내삼미동 아기장수이야기는 <날개형> 구조를 갖고 있는데, 단지 다른 점은 평민이 아닌 양반
가에서 태어난 것 뿐이다. 양반집에서 태어난 아기장수이야기는 수백편의 이야기 중에서 몇편
되지 않는다. 이것은 조선후기에 와서는 아기장수이야기가 세간에 두루 퍼져 주인공이 양반으
로 바뀌었으며, 이때는 이전과 같이 신분제 사회가 강력하게 작동하지 못하고 해체의 길로 접어
들었다고 볼 수 있다. 기득권 세력인 양반가에서 장수가 태어났다고 아기를 죽이는 행위는 이미
양반의 기득권이 많이 상실되어 신분제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아기장수의 속성이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 구현을 상징하고 있으므로 기존 질
서의 주역인 양반이 아기장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동탄신도시가 개발되기 전까지 동탄면사무소 옆 오산리에 돌미륵이 있었으며 지금은 철거되
어 반송아트센터로 옮겨져 있다.
35) 오산시사편찬위원회 『오산시사』 하권 1998, 739쪽
아기장수 이야기의 지속성과 어머니의 역할 그리고 오산 아기장수 이야기 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