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1 - 오산학 연구 4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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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것, 당대에 이루지 못한 패배가 역설적으로 아기장수의 생명을 연장하고 영원히 살게 하고
있다. 한번도 제대로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아기가 성장해서 큰 뜻을 편다면 우리들의 이상
세계를 만들어줄 거라는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아기장수이야기는 우리 민중의 역사이자 삶의 궤적이다. 오랜 세월동안 전국 각지에 다양하
고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전해졌지만, 그 모습이 변하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을 갖고 있다. 그것
은 마치 꺾일 것 같지만 결코 굴하지 않고 살아온 우리의 모습이다.
<당대는 항상 난세>인 것이다. 삶에 지치고 힘들 때 누군가 나와 이 사회를 위해 근본적인 문
제를 해결해 주길 바란다. 공정하지 않은 경쟁구조, 불평등한 부의 분배, 부당한 인권침해와 차
별 등 어떤 사회든 갖고 있는 모순을 아기장수가 나타나 새롭게 재창조해주길 바라는 간절함이
아직도 아기장수이야기가 이어지는 이유이다.
아기장수가 태어나지 않는 시대는 유토피아적인 이상세계가 현실에 구현되었을 때 일 것이
다. 항상 인간의 현실은 부조리와 불합리를 내포하고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으로
역사가 발전한다. 한 사람이라도 더 보편적인 행복을 누리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리고 아기장수는 우리가 힘들고 고통스러울때 소환된다. 이 고통스러운 현실을 행복한 세
상으로 바꿔달라고. 지금 우리가 행복하면 아기장수는 태어나지 않는다.
아기장수는 언제나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지금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아기장수 이야기의 지속성과 어머니의 역할 그리고 오산 아기장수 이야기 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