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8 - 오산학 연구 4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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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금암동 아기장수이야기



                  예부터 바위가 많아 <검바위〉 〈금바위)라 불리던 금암동에 큰 바위에 얼킨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
                  다. 금암동은 논을 사이에 두고 큰 동네와 작은 마을로 나뉘어져 있는데 논의 아래쪽으로는 시냇물
                  이 흐르고 위쪽으로는 산이 맞닿아 있고 서북쪽 여계산 정상 부근에 큰 바위가 있다. 이 바위는 칼로
                  잘린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런 모양새를 갖게 된 슬픈 사연이 전해지고 있다.
                  조선시대 선조 25년, 조선은 일본의 침략을 받아 임진왜란의 전화에 휩싸이게 되었다. 당파싸움으로

                  왜구의 침략을 예견치 못했던 조정과 임금은 수도 한양을 버리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조선팔도 대부분을 손아귀에 넣은 왜군들은 명나라 군대의 참전으로 전선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점
                  령지에 대한 약탈에 더욱 열중하였다. 어느 날 일단의 왜군이 금바위골에 들어오게 되었다. 금바위골
                  에 들이닥친 왜군은 노략질을 자행했다. 왜군을 이끄는 장수는 풍수지리에 밝은 자로 금바위골의 지
                  세를 보고 감탄했다. '지력이 승한 것을 보니 필시 뛰어난 인물이 태어날 고장이구나' 이렇게 생각한
                  왜장은 부하들을 시켜 금바위골에서 조곶이(지곶동)로 넘어가는 고개에 길을 내어 산의 기운을 끊어
                  놓았다. 그러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은 왜장은 마을의 모든 젊은 남자와 아이들까지 몰살시키고 말았

                  다. 한편, 남편을 왜군의 손에 잃은 젊은 아낙이 아기를 낳았다. 아기는 이상하게 양쪽 어깻죽지 밑
                  에 새의 깃과 같은 작은 날개가 달려있었다. 이것을 본 젊은 아낙은 아기가 커서 백성들의 장수가 될
                  것이라 믿고 아기의 출생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마침 아기의 집이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산
                  밑에 자리하고 있어 마을 사람들도 아기가 태어난 것을 알지 못했다. 아낙은 주위 사람들의 눈을 피
                  하기 위해 바가지를 옷속에 넣어 만삭의 배를 만들고 아기를 뒷산 꼭대기에 있는 큰 바위틈에 몰래
                  갖다 놓았다. 그리고 매일 밤 몰래 산에 올라가 아기에게 젖을 주었다. 마을안의 남자란 남자는 모두
                  죽인 왜장은 안심하고 부하들을 이끌고 마을을 빠져나가다가 만삭의 몸을 하고 있는 젊은 아낙을 발
                  견했다.
                  왜장은 '기왕에 후환을 없애려는 마당에 뱃속에 든 놈이 화근이 된다면 ...' 이렇게 생각하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여봐라! 저 여인을 잡아다 배를 가르도록 하라!” 왜장의 명령에 왜군들은 젊은 아낙
                  을 잡아와 배를 갈랐다. 그런데 있어야할 아기는 나오지 않고 바가지만 깨져 나온 것이다. 아기를 피
                  신시킨 것을 안 왜장은 몹시 화를 내며 젊은 아낙에게 아기를 숨긴 곳을 대라고 고문을 했다. 그러나
                  아기엄마는 끝내 말하지 않고 고문에 못이겨 숨을 거두고 말았다. 왜군은 마을을 샅샅이 뒤졌지만
                  아기는 발견할 수 없었다.
                  아기엄마가 죽은 지 사흘이 지난 새벽, 마을 뒷산에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왜장은
                  부하들을 이끌고 아기울음소리를 쫓아 산꼭대기로 올랐다. 울음소리가 나는 곳엔 큰 바위가 있어 바

                  위주변을 뒤져 보았지만 아기를 찾을 수 없었다. 아기울음소리는 바위 안에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왜장은 직접 큰 톱으로 바위를 자르기 시작했다. 바위가 잘려질수록 아기의 울음소리가 점점 더 커
                  졌다. 바위가 다 잘려 나가자 바위 밑에서 허리 잘린 아기가 나타났다. 양쪽 어깻죽지에 새의 깃과




               236  한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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