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0 - 오산학 연구 4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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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핏골이다. 그런데 핏골이라는 지명이 혐오스러운 마을 주민들은 핏골의 이름을 직동(稷洞)으
로 바꾸어 쓴다. 충청북도 영동군 심천면 각계리 직동이다.
위의 직동(핏골)은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의 기록이 아니다. 각계리 직동(핏골)의 유래를 알리
는 마을 표석의 기록이다. 마을 주민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구전에 근거하는 것이다.
원효는 당주계 직산에서 바다를 건너 갈 거함을 찾아다녔다. 백곡리의 여러 포구를 條於道中
하는 길에 苦雨를 만났다. 고우를 피해 토굴에 들었고 토굴 무덤에서 지내던 중 감묘불이와 일
체유심조의 깨달음을 얻었다. 설명을 덧붙이면 ‘직산의 寓▨▨▨▨에서 부처의 가피를 입어 성
도하였다’는 것이다. 입피골을 입피골(立被谷)로 해석하는 하나의 근거이다.
5. 도리도(桃李島)는 등대섬
도리도(桃李島)는 겨울에만 어민들이 거주하는 무인도다. 도리도의 이름에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 복숭아와 오얏을 닮았다고 도리도, 겨울에 굴 채취를 하러 들어왔다가 봄에 되돌아 나온
다고 도리도, 배들이 갯벌에 걸리지 않으려고 돌아서간다고 도리도 등이다. 이 중 ‘배들이 돌아
서 간다.’는 의미의 도리도에 방점을 찍어야 할 것이다.
궁평항을 출항한 여객선은 도리도의 남단을 돌아 입파도에 입항한다. 전곡항을 출항한 여객
선은 도리도의 북단을 돌아 입파도에 입항한다. 남양만을 항해하는 선사들이 궁평항-도리도-
입파도의 노선을 따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도리도(桃李島) 주변의 수심이 낮아 썰물
때에는 도리도와 육지 사이에 풀등(사구)이 들어나기 때문이다. 도리도를 돌아가지 않으면 풀등
에 배가 걸려 좌초하기 때문이다.
도리도는 인천항과 평택항, 궁평항과 전곡항을 오가는 배들의 이정표이다. 평택항에서 출발
한 외항선은 국화도와 도리도. 입파도와 도리도 사이의 깊은 물골을 따라 인천항을 오고 간다.
선사들은 붉은색의 부표와 푸른색의 부표를 따라 항해한다. 도리도는 무인 등대가 설치된 등대
섬이다.
6. 고모리(古母里)와 백곡리(白谷里)
화성시 마도면 고모리(古母里)는 바닷가로 뻗어 나간 산줄기를 가리킨다. 맞은 편 금당리를
지나는 산줄기의 이름은 ‘곶뿌리’이다. 그러므로 고모리의 의미는 ‘곶머리’에 해당한다. 곶머리
의 ‘ㅈ’이 탈락하여 고모리가 된 것으로 판단한다.
178 임종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