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5 - 오산학 연구 1집

를 내린 것은 각 당파들이 자신들이 공자의 학문을 계승하였다고 주장하는 것이 곧 당파 싸움

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만든 유일한 궐리사를 건립함으로써 화성의 위상을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조는 화성유수부에 궐리사를 건립함으로써 화성이 곧 노론학통의 지류를
이루고 있는 기호지역과 호서지역과 퇴계 이황의 학통을 이은 영남지역보다도 더 중요한 유교

의 계승 공간이라는 것을 명확히 하고 싶었던 것이다. 결국 화성궐리사 건립을 붕당정치의 폐
해를 막기 위한 고도의 정치운영이 내포된 것이다.

수원신도시를 1793년(정조 17) 화성유수부로 승격하고 난 후 궐리사 건립 공사를 시작하여
26)
5월 12일에 영건을 마무리했다. 원래 공자의 영정은 화성유수부의 광덕면에 모셔져 있었다.
이 영정을 정조는 화성유수부를 승격하고 부의 남쪽 40리에 있는 초평면에 있는 己卯名賢이자

공자의 후손이었던 孔瑞麟의 생가로 옮겨 영당을 지어 모시도록 하였다. 새로 만든 공자의 영
정을 모신 사당이 곧 오늘날 궐리사이다. 27)
하지만 궐리사 영건의 비용 정산에 문제가 있었다. 당시 화성유수부가 신설되어 재정이 부

족하였고 경기감영 역시 재정이 부족하였기 때문에 궐리사 영건 비용을 조달 할 수 없었기 때
문이다. 이에 화성유수 채제공은 궐리사 영건을 위한 비용을 조정에 요청하였다.
화성유수부에서 궐리사 영건 비용을 계산하였는데 1,840냥과 쌀 12석이 들었다. 하지만 이

비용을 당시 화성유수부의 재정으로 감당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정조는 궐리사의 건립을 위하
여 지방에서 도성에 내는 京上納條를 변통하기로 결정하였다. 영남에서 도성으로 보내는 耗作

條중에서 2천냥을 우선 궐리사 영건비용으로 변통하여 사용하고 경기감영에서 가을에 추수를
28)
하고 난 후 받아 조정으로 올리는 세금으로 영남의 모작전을 갚으라고 지시하였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궐리사 건립 비용은 진휼청의 비용을 변통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진휼청는 시작
29)
되었다. 정조는 직접 궐리사 편액을 하사하여 궐리사의 위상을 한껏 높여주었다.

“孔氏가 우리나라에 건너와 맨 먼저 수원에 정착한 사실이 읍지에 실려 있는데 일전에 도신으로
하여금 그곳의 형태를 그림으로 그려 올리게 하여 그 그림에서 찾아보니 闕里祠란 祠宇도 있고 은
행나무도 심어져 있으며 대대로 눌러사는 후손들도 있었다. 또 闕里에서 수십 리 떨어진 곳에는 새
로 지은 影堂이 있다고 하였다. 文獻公(공서린) 의 시호를 내린 뒤로도 조정이 공씨 집안을 우대하

26) 『正祖實錄』卷37, 17年 5月 癸卯.
27) 『水原郡邑誌』祠院.
28) 『국역비변사등록』 181책, 정조 17년 5월 12일
29) 『正祖實錄』卷37, 17年 5月 癸卯.

오산의 궐리사 설립 추이와 역사적 의의 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