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3 - 오산학 연구 1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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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옛수원(오산)에 전해지는 이야기-수원(오산) 사람은 매운 사람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을 말할 때 쉽게 쓰는 말이 짜다, 순하다, 맵다, ‘싱겁다’라는 말을 흔
히 쓰는데 구수원 사람보고는 예전에 맵다고들 많이 하였다. 이 말은 보통사람보다 의지가 강
하다는 말로 대신 할 수 있지만 이 말이 생긴 원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옛날 고려 때 용인
보개산에서 부터 흘러내리는 물이 오산천을 지나 평택으로 들어가는데, 천 윗동네는 넉넉하게
살았고 아랫동네는 빈한하게 살았다고 전한다.
이 아랫동네에 억식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고 하며 그는 일찍이 조실부모하여 삼촌집에
서 자랐고 제법 장성해서는 혼자 생활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잠자는 숙소는 냇가에 원두막을 짓고 지내며 매일 품을 팔아 생활하였다고 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오산천이 범람하게 되었고 때는 초겨울 그믐밤이었는데 갑자
기 큰물이 몰려 피곤하게 잠을 자던 억식이의 원두막이 불어난 물에 휩쓸려 떠내려갔다고 하
며 억식이는 천신만고 끝에 뭍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건이라 억식이는 홑
바지 차림이었고 더구나 물에 빠져 꼴불견이 되었고 뱃속에서는 쪼르륵 소리가 나기 시작하자
두리번거리다 가장 가까운 집을 찾아가 염치불구하고 주인을 찾으니 예쁘게 생긴 중년부인이
쫓아 나와 누구냐고 물었다.
억식이는 첫마디로 “사람 살리시오.”라고 하자 부인은 “누구시오?”하면서 아래 위를 훑어보
고 나서 방으로 안내하였다. 그리고 부인은 부엌으로 가서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고 한다.
부인은 남편을 여윈 지 3년이 지났으며 슬하에 자녀도 없었기에 우선 남편이 두고 간 바지
하나를 억식이에게 갖다 주며 갈아입으라고 권하였다 한다. 억식이는 말없이 번개같이 갈아입
었을 때 방문이 열리면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상이 들어오자 덥석 받아놓고 정신없이 퍼먹
고 나서 밥에 취해 곯아 떨어졌다고 한다.
억식이는 실컷 자고 일어나자 기다린 듯이 주인부인은 말하기를 “당신 집이 어디인데 집도
절도 없이 살고 있다가 물난리로 이곳까지 떠내려 왔는데 도대체 이곳이 어디요?”라고 되물었
다.
여인이 말하기를 “이곳은 평택 땅이요. 조금만 더 갔으면 바다로 들어갈 뻔 했는데 그래도
타고난 명이 아직 남은 모양이구려.”하면서 밖으로 나가더니 무엇인가를 들고 와서 억식이 앞
에다 놓고 “먹어보시오.”라고 하면서 최고로 얌전한 자세로 꿇어앉았다.
여인 왈 “어제 동네 잔칫집에 가서 일 도와주고 얻어 온 것이니 염려 말고 드시면서 이야기
나 합시다.”라고 하며 다가앉아 앞으로 어떻게 살 거냐고 물어왔다.
새롭게 기억하고, 기록되어야 할 오산이야기 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