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구의 <임원경제지>가 이를 대표한다. 이들의 저술은 조선인이라는 주체적 입장을 선명하게
드러냈을 뿐 아니라 이용후생에 충실하다. 한 세대 다음에 이룩되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 역
시 정조시대가 이룩한 인문학적 풍토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리(地利)에 기댄 성곽이라 할지라도 공정과 나눔이라는 인화가 더해졌을 때 풍요로운 살림
의 터전이자 난공불락의 철옹성으로 존재할 수 있다. 남한산성과 독산성과 화성은 이러한 이상
을 실현해 낸 위대한 문화유산이다.
112 김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