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0 - 오산학 연구 1집
P. 260
19)
‘굿 구경 가는 도깨비’ : 세교동에서는 도깨비에 대한 다양한 경험담이 존재하고 있다. 먼저
‘진등’에서 보았다는 도깨비 이야기가 있고, 오리골에서 보았다는 도깨비 이야기가 있다. 또한
지곶동(조꼬지)로 넘어가는 언덕에 옛날에 서낭이 있었는데 그 곳에도 도깨비가 있었다고 전
한다.
먼저 오리골에 전하는 도깨비 이야기다.
옛날에 오리골의 여자 몇 명이서 밤에 뽕을 따러 갔다. 길거리에 심어진 뽕나무인데 주인이
있어도 따가지 않는 뽕밭이었다. 그러나 그래도 주인이 있는 뽕나무라 낮에는 따기가 어려워
밤을 이용하여 따곤 하였다.
여자 몇 명이서 한창 뽕을 따고 있는데 냇가에 횃불을 내려놓고 허옇게 한 서 넷이 맴을 돌
고 있었다. 한 사람이 “저게 무슨 불이야? 사람들이 있는가 보다?”이렇게 하니까, 다른 사람이
“저게 무슨 사람 불이야, 도깨비불이지. 그러니 도망가자.”했다. 거기 뽕밭이 언덕이 졌는데
도깨비들이 올지 모른다고 낮은 곳으로 몸을 숨겼다.
그런데 어디서 징과 장구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징장, 징장...’소리가 났다. 그러니까 도깨비
들이 불을 들고 징, 장구를 치면서 굿을 하고 있는 쪽으로 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이어서 ‘진등’에서도 보았다는 도깨비 이야기다. ‘진등’이란 외삼미 입구에서 세교동
으로 들어오는 사거리쯤인 것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여기서 ‘진등’이라고 하는 것의 의미를 생
각해 보니 유엔군 초전비가 있는 쪽으로 길게 뻗은 등성이라고 하여 ‘기인 등’이라는 의미의 어
휘가 구개음화를 일으키면서 ‘진등’으로 불리고 있는 것이라 판단된다. ‘진등’이라는 지명은 화
성시 봉담읍에도 전하고 있는데 필자가 쓴 『화성시 구비전승 및 민속자료』봉담읍 편에서 그 어
원과 유래를 다룬 바 있다. 오산시와 화성시의 ‘진등’을 비교하건데 길다는 의미에서의 ‘진등’으
로 보는 것이 타당하리라 여긴다.
참고로 이곳(외삼미동와 세교동이 갈라지는 사거리)에서는 그 옛날, 광대들이 와서 재주를
넘고 하면서 공연을 하던 곳이라고도 전하여진다. 그렇게 볼 때에 오리골의 도깨비들이 징, 장
구소리가 나는 곳으로 구경을 가는 것을 보았다는 말이 낯설지 않다.
또 전하는 도깨비 이야기가 있다. 조꼬지(지곶동)으로 넘어가는 고개가 있는데 이곳에 서낭
19) 세교동 오리골
258 김용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