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6 - 오산학 연구 1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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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머니즘은 일반적으로 기능적 분화의 발달된 종단조직(宗團組織)을 갖는 경우는 적지만, 조선의
무격(巫覡)은 일찍부터 약간의 조직화된 무단(巫團 )의 제도를 형성하였고, 오늘날에도 그 형체가
곳곳에 잔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근년에 이르러서는 근대적 조합조직이 대규모로 기획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확실히 조선 무속의 두드러진 한 특색인 동시에, 그 사회학적 의미에 있어
서 상당히 흥미 있는 문제로 생각된다. 따라서 필자가 근래 수집한 무단의 자료는 그다지 풍부한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 의거하여 주로 그 제도적·기능적인 검토를 행하면서 조선사회에서 무단의
성질을 보도록 하겠다. 그런데 무단과 그 기관은 지방에 따라 그 명칭을 달리하며, 무를 스승이라
칭하는 북부 지방에서는 무의 본부를 스승청이라고 하는 것 같다. 즉 1930년 1월 함경북도 답사에
서 경성(鏡城)의 남무(男巫) 김두원의 말에 따르면, 조선조 말엽까지 이 땅의 북문 밖에 스승청이라
칭하는 무의 집회소가 있었다. ...... 제주도에서는 무를 슨방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이 곳에서도 조선
조 말엽까지 슨방청리라 칭하는 것이 있었으며, 이는 북부 지방의 스승청에 해당하는 것인 듯하다.
.... 전라남도에서는 오늘날 신청(神廳)이라 칭하는 것이 잔존하고 있으며, 나주·장흥·우수영·진
도·완도의 여러 지역에서도 다소의 변혁과 흥망성쇠를 면하지는 못했지만, 옛날의 신청을 근거로
4)
무부계(巫夫契)의 조직을 갖고 있다.” 고 하였다.
이와 같이 무속인들의 단체인 무단은 전국에 존재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朝鮮巫俗의 硏究』
하권에 기록된 바를 정리하면 이렇다.
1) 장흥 신청(神廳)
5)
전라남도 장흥군 장흥면 기양리(岐陽里)에 있다. 선생안(先生案) 으로 칭하는 무단의 취지·
규약과 선배의 성명을 기록해 둔 책자를 봉안하고 매년 3월 3일과 9월 9일에 선생안제를 행하
고 있다. 장흥군내의 무부 1백여명으로 이루어진 대동계라 칭하는 무부계는 20세 이상의 무부
를 계원으로 하는 단체인데 계원은 약간의 입회금과 매월 곗돈을 납입하고, 이것으로 신청의
유지비 특히 선생안제 비용으로 쓴다. ... 당일은 선생안을 모셔놓은 사당을 열고 앞에 음식물
을 올린 후 유교의례식으로 네 번 절을 한다. 이 제(祭)에 참가하는 자는 무부로 한정되어 있
고, 무녀는 여기에 참여하지 않는다.
4) 赤松智城·秋葉隆, 沈雨晟 옮김, 『朝鮮巫俗의 硏究 下』, 東文選, 1991. 272~273쪽
5) 조선시대에 각관청에 있었던 전임관원의 성명·관명·생년간지·본적 등을 기록한 책자를 말하는 것.
244 김용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