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6 - 오산학 연구 1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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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먼 까마귀 떼가
                   까옥까옥 날았었다



                   남촌 사과밭 열매가 석양에 익고
                   양장집 누에가 비단 집 지을 때
                   곳곳 매가리간엔 소로 마차로
                   벼가마가 산에 산을 이루었고
                   오산내 넓은 모래밭엔 벼멍석이 깔리고
                   그 큰 가마장이 아랫장에 섰을 때
                   누런 벼 멍석 위엘
                   검은 까마귀 떼가

                   훨훨 날아들었다


                   박동 박후작(朴候爵)집 복사밭 개나리 노랗게 피고
                   보리밭 위 창공에 종다리 솟구칠 때
                   곳곳 앞뒤 도랑엔 맑은 물이 흘러
                   피라미 붕어떼 떼에 떼를 이루고
                   오산내 넓은 모래밭엔 봇삼군이 몰리고

                   넓은 들 운암들에 햇모가 파아랄 때
                   아지랑이 봄 하늘엔
                   검은 까마귀 떼가
                   짓궂게도 넘나들었다
                   궂은 날 장안날엔 까마귀 떼는
                   도수장간 양버들 위에 우지져댔고
                   암산 화장터에 불꽃이 인 날엔
                   철다리에서 까옥까옥 울어댔었다.



                   얄궂은 까마귀는 간 데가 없고
                   까악까악 까옥 소린 사라졌건만
                   들고 날고 이십 년에 설음만 느니
                   나 뛰놀던 날 옛날이
                   더욱 그립다.
                                               *구건(具建. 1920 ~ 1975), 오산중고 교사. 서울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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