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5 - 오산학 연구 1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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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마라
성낸 까마귀 흰빛을 새오나니
창파에 조희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
*무명씨(정몽주 모?, 연산군 때 김정구 작?)
첫 시조의 작가 박팽년은 사육신의 한 분이다. 이곳에서 임은 단종임금이다. 임을 그리는데
까마귀를 연상한다? 이때는 인간과 함께하는 친근한 새였음을 알 수 있겠다.
시대 미상, 작가 미상인 두 번째 시조에선 까마귀가 부정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의미 변화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다음의 시는 근세에 쓰인 오산의 까마귀가 소재로 사용된 시이다.
까마귀 날던 때
산발머리 양버들 울타리로 싸이어
검은 양철지붕 큰 도수장간이
윗동네 한복판에 홀로 섰을 때
무너진 콘크리트 큰 다리가
통나무 기둥 다리이었고
오산내 그 물이 섬둑가에 얼어붙고
그 큰 쇠장이 섬둑 거리에 섰을 때
검푸른 하늘 흰 눈벌판 위를
시커먼 까마귀 떼가
까옥까옥 날았었다
한여름 몇 번 장마 붉덩물로 싸이어
시달래 오막살이 집 한 채가
사과밭 섬 속에 오똑 섰을 때
새탓말 새 학교 터가 똥집 사과밭이었고
밀머리는 장마물로 바다가 되고
사과 배 뽕밭이 섬 안에 있었을 때
궂은 하늘 붉덩물 위를
새롭게 기억하고, 기록되어야 할 오산이야기 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