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오산문화 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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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의 여유




               남편의 부재




               몇 년 전
               아리랑을 구성지게 부르며 들로 나갈 때 타던 남편의 자전거
               이제는 주인 없이 구석에 방치 되어 있다.
               두 바퀴를 굴리며 돌아올 때에는 요술봉투가

               짐칸에 매달려
               봄이면
               냉이, 씀바귀, 연하게 삐지는 쑥
               여름이면
               오디, 산딸기
               가을이면
               알밤, 도토리, 은행 등
               따르릉 경적을 울리면서 나를 부르곤 했다.
               참 부지런도 했다.

               이른 새벽 타고 나가서는 들길을 휘돌고 올 때마다
               그득한 선물
               그리고는 보너스로 씨익 웃곤 했는데
               새집 짓기 할 때는
               막내아들이 타고 다니며 일꾼들 간식거리를
               매달고 다녔었다.
               집 마무리하고 서울로 올라가면서

               아버지의 자전거를 쓰다듬더니
               한켠에 세워 놓았다.
               몇 년 그대로 내 눈길을 잡고 있는데
               짐칸에 눈길이 자꾸 가곤 한다.
               요술 봉지도 없는                                            공란식
               남편의 부재
                                                                    • 수필가
               마냥 아쉽다.
                                                                    • 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회원
               그래도 애마처럼 타고 다니던 남편의 모습
                                                                    • 오산시문학회 회장
               보는 것처럼 내 생전에는 남겨야 할 거 같다.
                                                                    • 오산문화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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