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오산문화 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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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의 여유


                                      상담을 하면서 부모를 만나다보면 큰 소리 안내고 늘 칭찬만 하며 길렀
                                      는데 아이가 왜 문제행동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어

                                      떤 부모들은 아이가 잘못을 해도 자신이 야단을 치기는커녕, 주변사람
                                      이 하는 지적조차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때로는 싸움으로까지 번지는
                                      경우도 있다. 그런 부모들은 아이들의 자존감이 낮아진다, 주눅이 든다,

                                      등의 이유를 댄다. 물론 명확한 이슈나 이유를 밝히지 않고 아이를 야
                                      단치는 것은 아이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아무런 제재가 없다면 아이들은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행동과 마음가짐이 어떤 것인지를 배우며 성장하지 못한다. 사회를 살아
                    칭                 가기 위한 기본 규범에 대한 교육은 글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


                                      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찬                 이렇듯 언제부터인가 칭찬이 아이 양육에 있어 만능키처럼 사용되고 있

                                      다. 사회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진 탓도 있겠지만 2000년 무렵부터 시
                    과                 작된 자기계발의 열풍 속에서 파생된 긍정감과 외향적 성격의 선호가 그


                                      런 사회적인 분위기를 형성했고 거기에 기성세대가 받았던 권위적이고
                    존                 복종적인 양육방식의 반작용과 늦은 결혼, 저출산 등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아이에게 칭찬을 많이 하면 아이가 긍정적이고 밝게 자신

                    중                 을 존중하며 살아갈 것이다」 이런 주장의 책들을 도서관 책장에서 심심
                                      치 않게 찾아 볼 수 있는 걸 보면 비단 부모뿐 아니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칭찬이 과연 좋기만 한 걸
                                      까?

                                      심리학자 아들러는 처벌이나 야단도 안 되지만, 칭찬도 하지 말라고 했

          글 _ 노은영Ⅰ청소년상담사
                                      다. 아들러는 왜 벌과 칭찬을 같은 선상에서 바라본 것일까? 이는 처벌
          교육학박사 수료(상담전공)
                                      이나 칭찬을 단순히 양육이나 언어표현의 문제가 아닌 관계 문제로 보았
             한국상담심리협회 회원
                                      기 때문이다. 벌을 주거나 야단을 치는 것을 수직관계로 보는 것과 마찬
                                      가지로 칭찬을 하는 관계 또한 수직관계인 것이다. 풀어보면 벌을 주는

                                      사람은 주로 손윗사람이나 벌을 받는 사람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 친구나 아랫사람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칭찬도 「참 잘했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칭찬을 받는 사람보다 무언가 우위에 있다고 생각할 때

                                      할 수 있는 말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처벌은 나쁜 것으로만 칭찬을 좋은 것으로 여기게 된
                                      걸까? 이는 처벌과 칭찬이 일으키는 감정적 부분 때문이다. 무언가 분발
                                      을 기대할 때나 성과를 올리고 싶을 때 처벌은 상대의 부정적 감정을 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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