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8 - 오산문화총서 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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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고분벽화 수렵도에는 사슴을 사냥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사냥으로 잡은 사슴을 날로
먹으면 그것은 사슴회다. 그런데 ‘사슴회’ ‘사슴이’ ‘사스미’는 일본말 ‘사시미’와 동일한 발음이
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사시미’를 ‘사슴의 사투리’로 기록한다. 그러므로 한국말이다. 놀라운 일
이다.
32)
가라(加羅) 는 ‘털빛이 온통 까만 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가라’를 ‘가짜’라는 일본말로 인식
한다. 때때로 ‘가라 영수증’이라는 말을 일본말로 알고 한국말로 쓴다. ‘가라 영수증’은 ‘까만 영
수증’ ‘가짜 영수증’에 비견된다. 그러므로 ‘가라’는 한국말이다.
33)
고라 는 ‘등에 검은 털이 난 누런 말’이다. 고라말의 준말이자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장하는 한
국말이다. 그런데 일본어사전도 고라는 고라말(黄褐色の馬)로 등장한다. 한국말과 일본말의 음
과 뜻이 같다.
34)
고라는 몽골어로 구라(gula)이다. 구라 는 ‘거짓말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구라’를 ‘뻥’이라는 의미의 일본말로 인식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개그맨 중에 입심이 아주 좋은
‘김구라’가 있다.
위의 기록에 따르면 ‘구라’의 또 다른 의미는 ‘똥색 말(銅馬)’이며 ‘구린내 나는 말(馬,言)’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일본어사전에도 수록되지 않은 동음이의어(同音異意語)다. 그러니까 ‘구라
치지 마라’의 의미는 ‘거짓말하지 마라’, ‘구린내 피지 마라’, ‘똥칠하지 마라’의 의미다. 결국 고
라, 구라는 몽골말이자 한국말이며 일본말이다.
35)
시라(尸羅) 는 ‘우리말의 고어 白馬’다. 국어대사전에 실린 한국말이다. 또한 시조 박혁거세
(朴赫居世)가 세운 나라 ‘신라(新羅)’의 이름이기도 하다. 시라(尸羅)의 이두적 표기가 곧 신라
(新羅)다. 그러니까 삼국시대 ‘신라’의 우리말 이름은 ‘시라’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어사전도
‘시라’를 ‘시라(白)’ 또는 ‘시로마(白馬)’로 표기한다.
우리말의 고어 ‘시라(백마)’는 털빛이 눈부시게 흰 말이다. 그런데 ‘시라’의 어원은 한국어 ‘눈
36)
37)
부시다’의 ‘시다’에 있다. 그러므로 천마총 말다래에 그려진 천마도 의 시라 는 한국말이자 신
라를 상징하는 마스코트였다는 것이다.
32) 가라(加羅), 위의 책.
33) 고라, 위의 책.
34) 구라, 위의 책.
35) 시라(尸羅), 국어대사전, 이희승 著, 민중서관, 1961.
36) 천마도, 경북 경주시 황남동 82-2 대릉원 천마총.
37) 시라(백마), 경북 경주시 황남동 82-2 대릉원 천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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