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5 - 오산학 연구 6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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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조선 수군에 바닷길이 가로막혔기 때문에 왜군은 육로로 공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대

                규모의 적이 공격할 것이라는 정보를 입수한 전라도 관군은 총동원령을 내려 적의 공격을 대비
                했다.
                 고바야카와 다카가게가 지휘하는 왜군은 경상도 성주와 김산, 충청도 영동을 거쳐 무주와 금

                산 방면으로 진격했다. 곡창지대인 전라도를 점령하여 군량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였다. 다카가
                게는 제6군 1만5천 명과 지원군 2천 명, 도합 1만7천 명을 거느리고 있었다. 금산 본영을 떠난

                다카가게의 본대 1만 명은 추풍령을 넘어 영동에서 금산에 들어오고, 별동대 7천 명은 금산에서
                무주를 거쳐 진안으로 들어갔다. 전주를 목표로 진격했다. 7월 10일 전주 외곽에서 두 부대가
                합류하여 전주성을 공격한다는 계획이었다. 적이 전라도로 진격하고 있다는 급보를 들은 전라

                감사 이광은 고을 수령을 불러 방어대책을 논의했다.
                 7월 8일, 조선군은 이치(충남 금산군 진산면 묵산리)에서 진을 치고 다카가게의 군대와 마주
                치고, 같은 날 남쪽 웅치(전북 완주군 소양면 신촌리)에서도 전투가 벌어졌다. 이치와 웅치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이치를 방어하는 조선 관군의 병력은 1천5백 명이었다. 지휘관은 광주목사 권
                율과 동복현감 황진이었다. 이치는 북에서 전주로 통하는 길목이다. 황진은 3년 전 통신사 황윤
                길을 따라 일본에 갔을 때 거금을 들여 쌍검을 구입해 왔을 정도로 일본의 침략을 예상하고 있

                었던 무관이었다. 권율은 지도력과 인사에 뛰어났으며 황진은 무예실력이 뛰어나고 병법에 밝
                았다. 두 사람은 협력하여 군사들을 훈련하는 한편 산중턱에 목책을 세우고 목책 바깥은 나무를

                말끔히 베어내어 시야를 확보했다. 적이 진입할 곳곳에 함정을 파고, 풀을 덮었다. 나무를 엮어
                말의 통행을 막는 거마녹채를 설치했다. 권율과 황진은 정보 수집에 신경을 썼다. 황진은 병사
                를 이끌고 적의 본영이 있는 금산까지 자주 오가며 적의 동향을 파악했다.

                 전투가 개시되었다. 적의 공격을 잘 막아냈다. 그런데 선봉에 서서 지휘하던 황진이 적이 쏜
                총탄에 다리를 맞고 쓰러졌다. 그러자 권율이 앞으로 나섰다. 장수가 흔들림 없이 앞에서 싸우

                자 군사들도 사력을 다했다. 조선군이 죽을힘을 다해 싸워 마침내 막강한 적군을 물리쳤다. 권
                율과 황진의 대담한 지휘로 일곱 배의 적을 물리치고 대승을 거두었다. 권율이 왜적과 실전을
                벌인 것은 이번 싸움이 처음이었다. 지난 용인전투에서는 선봉이 무너지는 바람에 전투 한번 벌

                이지 못하고 후퇴했던 쓰라린 경험만 있을 뿐이었다. 권율은 문관 출신이지만 타고난 장수였다.
                황진은 실전경험이 풍부한 용장이었다. 두 장수의 협력과 분전으로 조선군은 전라도로의 침공
                을 막아냈다.

                 이치전투를 승리로 이끈 지휘관은 광주목사 권율과 동복현감 황진이다. 웅치와 이치에서 패
                한 왜군은 전주로의 진입을 포기하고 진주성을 공격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10월 4일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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