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1 - 오산학 연구 4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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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굿이라고도 하며 자손의 수명장수를 위해 칠성님께 빈다. 시루말이 끝나면 대체로 저

                녁을 먹는데 마을 노인들이 먼저 상을 받고 자손들이 올리는 술을 마시며 악사들이 연주하
                는 장단에 여흥을 즐긴다고 한다. 시루말 내용은 1937년 아카마쓰 지조(赤松智城)와 아키
                바 다카시(秋葉隆)가 출간한 『조선무속의 연구』 상권에 채록돼 있다. 채록은 오산의 세습

                무당인 이종만이 구연한 것으로 ‘창세신화’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경기도 유일의 무가이기도
                하다. 이종만의 조카 화랭이 이용우에 의해 1980년대까지 경기도 일원에서 연행됐는데 내

                용은 다음과 같다.


                   “천하궁 당칠성이 지하궁에 내려와 배필을 구하러 인물추심을 다닌다. 당칠성이 하루 쉴 곳을 찾다
                   가 매화뜰에 불이 켜진 매화부인의 집을 발견한다. 당칠성은 매화부인과 인연을 맺고, 매화부인은 여
                   러 가지 꿈을 꾼다. 당칠성은 매화부인의 꿈을 듣고 장차 아들 형제를 낳을 것이라며 큰아들은 선문

                   이, 작은아들은 후문이라 이름을 지으라 하고 천하궁으로 떠난다. 매화부인이 잉태해 아이를 낳고 당
                   칠성의 말대로 아이 이름을 선문이와 후문이라 했다. 선문이와 후문이가 성장해 서당에 들어가 글공
                   부를 하다 친구들에게 ‘아비 없는 자식’ 이라는 놀림을 받고 매화부인에게 아버지가 누구냐며 졸라
                   당칠성의 거주지를 알아낸다. 이들 형제는 천하궁으로 아버지를 찾아간다. 당칠성은 아들 형제를 만
                   나 선문이는 대한국을, 후문이는 소한국을 차지하도록 한다. 이 시절에는 해와 달이 둘이었다. 형제
                   는 해와 달 하나를 철로 만든 활로 쏘아 떨어뜨려 해 하나는 제석궁에 걸어두고, 달 하나는 명모궁에
                   걸어두어 오늘날과 같은 세상을 만들었다”



                 화랭이 이용우는 장구를 치며 시루말을 불렀다. 이용우 사후에 다른 화랭이들이 부른 시
                루말에는 이런 서사적 내용 없이 치국잡기식 마달만 있었다고 한다. 이용우가 ‘오산 12제

                차’를 구연한 이종만에게서 도당굿을 학습한 연유로 시루말 내용도 계승한 것으로 보인다.


                 □제석굿 : 제석(帝釋)은 수명과 자손, 생산을 관장하는 신령을 말한다. ‘삼불제석(三佛

                帝釋)’으로 불리기도 한다. 우리나라 무(巫)의 신령으로 제석은 단군신화에 나오는 환인(桓
                因) 제석을 기원으로 한다. 고려시대 일연(一然)이 쓴 『삼국유사』에서 단군의 할아버지인
                한민족의 천신을 환인제석이라 표기한 것도 그러한 배경이 있다 한다. 제석굿은 화랭이의

                제석청배와 무녀의 제석바라춤으로 마무리된다. 화랭이가 제석청배를 판소리 형태로 부르
                게 되는데 경기도도당굿의 제석청배를 당금애기풀이라 칭하기도 한다. 당금애기 신화는 전

                국적으로 퍼져있는 무속신화로 지역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르다. 경기도도당굿 당금애기풀
                이는 다음과 같다.



                                                                      경기도도당굿의 현황 및 전승  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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