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0 - 오산학 연구 4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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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는 창세(創世)부터 오늘에 이르는 역사풀이를 말하는데 화랭이 이용우의 치국잡기가 압권이
었다 한다. 이어 무녀가 방울과 부채를 들고 간단한 치국잡기로 부정을 물리고 굿당 밖으로 제
상 음식을 조금 떼어 버리며 선부정을 마친다. 부정굿은 화랭이와 무녀가 번갈아가며 앉은부정
과 선부정으로 굿을 하는게 특징이다.
□도당 모시기 : 거리부정과 부정굿으로 거듭 부정을 몰아내고 도당신을 모시는 제차를 말한
다. 마을의 덕망 있는 노인이 쌀을 넣은 양푼에 참나무대를 꺾어 꽂은 뒤 무녀가 축원을 하면 참
나무대가 흔들리며 참나무대에 신이 오르게 된다. 대잡이 노인과 제상을 든 당주, 무녀, 악사,
동네사람들이 순서대로 당가리(보통 마을 뒷산 등에 짚으로 두 개를 만들어 놓는데 도당할아
버지, 도당할머니를 일컫는다고 함. 300년 된 것도 있었다 함)에 가 상을 놓고 절을 올리고 축
원을 하며 도당할아버지와 도당할머니가 참나무대에 실리기를 빈다. 참나무대에 신이 모셔지
면 다시 절을 올리고 당으로 돌아온다. 부천 장말도당굿은 도당할아버지가 있어 도당할아버지
가 신을 모셔오는 역할을 한다. 도당할아버지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신복을 입고 신이 내려오
기를 기다렸다가 신이 오르면 도당으로 모셔와 신을 좌정시킨 후 신복을 벗는다. 이렇게 인간의
몸으로 신을 받아 도당으로 모셔오는 것은 다른 마을에선 볼 수 없는 장말도당굿만의 특징이라
한다.
□돌돌이 : 돌돌이는 마을의 장승과 공동우물 등을 둘러보고 축원을 하는 제차를 말하는데 마
을굿의 성격을 가장 잘 나타내는 굿거리로 도당굿에서 중요한 제차 중 하나다. 마을 어귀 장승
앞에 차려온 상을 놓고 화랭이가 자진몰이 장단에 맞춰 치국잡기 등을 하며 고사를 지냈다. 돌
돌이를 할 때는 마을 어린이들이 깃대를 들고 화랭이 뒤를 쫓아다니며 화랭이의 엉덩이를 찔렀
다 한다. 음력 정초 때 풍물패가 마을을 돌며 지신밟기를 하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장문잡기 : 돌돌이를 마친 뒤 굿당에 와서 쌀섬에 앉아 있는 군웅마님(무녀)을 향해 화랭이
가 대취타 연주와 가야금 뜯는 흉내, 각 도 소리 등 온갖 재주를 보임으로써 군웅마님을 기쁘게
해 드리는 절차. 굿이라기보다 장기자랑 또는 여흥을 즐기는 듯하다. 동해안별신굿의 문굿과 비
슷하다고 한다.
□시루말 : 시루를 얹은 소반과 쌀을 얹은 소반을 제상에 놓고 당주가 절을 하면 화랭이가 마
달을 시작한다. 마달은 굿에서 부르는 서사무가를 지칭하는데 문서를 뜻하기도 한다. 시루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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