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오산학 연구 6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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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의 출토현황은 주변 유적들을 가히 압도하는 모습으로 평가받는다. 이와 같은 유적과 비교
해보아도 수청동 고분군은 구슬이 다량으로 출토되었음을 알 수 있다.
구슬 중 유리구슬은 외부에서 입수했을 가능성이 높다(권오영 2014, 2019 ; 박준영 2016b).
즉 외래 수입품이기 때문에 쉽게 구할 수 있는 물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수요가
높다고 유리구슬이 다량 유통되는 것이 아니다. 한반도 안에 입수되고 유통되어 소비하기까지
에는 여러 정치사회적 역학관계들이 작동한다. 이를 고려하면, 적어도 수청동 고분군에서 유리
구슬이 다량 출토되었다는 것은 이 고분군의 조영 집단이 오산과 화성 권역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렇듯 그 의미가 높은 수청동 고분군 출토 구슬은 다양한 재질과 종류로 구성된다. 재질은
1)
유리, 홍옥수(紅玉髓, carnelian), 玉 , 수정으로 분류가 가능하다. 그 종류는 환옥(丸玉, 둥근구
슬), 관옥(管玉, 대롱구슬), 곡옥(曲玉, 굽은구슬), 중층유리구슬(또는 금박유리구슬), 다면옥(多
面玉)이 있다.
2)
이 중 가장 많이 출토된 것은 단연 ‘유리’이다. 유리는 총 69,779점 출토되었다. 사실상 구슬
중 전부를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유리구슬을 종류별로 보면, 환옥이 69,759점, 관옥 2점, 곡
옥 1점, 중층유리구슬 17점이 출토되었다.
유리구슬 중 가장 많이 출토된 구슬은 환옥이다. 환옥은 경식(頸飾, 목걸이 장식), 흉식(胸飾,
가슴 장식), 천식(釧飾, 팔찌)에서 주로 목줄의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환옥은 육안으로도
쉽게 색상을 구분할 수 있다. 색상은 감청색, 청록색, 벽색, 적갈색, 흑색, 황색, 녹색으로 구분
이 가능하다. 이중 적갈색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인다. 적갈색 환옥은 흔히 서울경기·호서·
호남 지역에서 흔히 출토된다. 이는 영남지역이 청색유리가 주로 출토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박준영 2016a). 따라서 원삼국-삼국시대에 백제-마한 권역에서 대표적인 유리구슬의 색상은
‘적갈색’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중앙문화재연구원 2018). 이와 같은 적갈색 유리구슬은 점
차 적갈색에서 청색으로 변화되는데, 5세기가 되면 이와 같은 변화는 더욱 확연해진다(박준영
2016a). 하지만 수청동 고분군에서는 적갈색에서 청색으로의 변화는 관찰되지 않고, 유구가 조
성되는 모든 시기에 적갈색이 높은 비율을 보이는 모습이다(박슬기 2011, 박준영 2016b). 이와
1) 수청동 고분군에서 출토된 석제 구슬에 대해서는 화학적 분석만 이루어졌기 때문에 정확한 재질 분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확한 재질분류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과학적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김규호·김나영 2012). 따라서 본고에서는 일반적으로
고고학계에서 통용되는 벽옥이나 연옥이라는 용어를 받아들여 ‘玉’으로 통칭하겠다. 이는 추후에 수정·보완할 것을 미리 밝혀
둔다.
2)구슬의 수량은 고분에서 출토된 구슬이고, 보고서에서 제시된 수치에 합산한 결과이다.
42 박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