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0 - 오산학 연구 6집
P. 220

을 읽는다. 제의가 끝나면 3일간 당에 불을 켜두었다.



               ■ 부산동의 신격



                부산동의 매암산 산신제는 호랑이를 산신으로 모시는데 당 안에는 산신을 상징하는 어떤 신
               체(神體)도 모시지 않는다. 당집의 신령함에 대하여 전하는 이야기도 있다. 과장된 감은 있지만

               마을의 어른들께서는 한국전쟁 때 총을 쏴도 총알이 박히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한 이야
               기는 매암산에 오래된 나무를 벗겨 놓았는데 어느 동네 분이 그 나무를 가져간 후에 바로 그분
               의 아들이 죽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이 마을의 당에는 신비한 힘이 있다고 마을 사람들은 믿고

               있다. 그만큼 당은 신성한 곳이고 또 마을의 안전을 지켜주는 곳이기도 했다는 의미라고 본다.


               ■ 당집의 재건



                부산동에서 산신제를 지내는 것은 마을의 평안함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었으나 1995년을
               전후하여 중단되었었다. 약 6 ~7년가량 중단되었던 산신제를 다시 지내게 된 것은 마을에 변고

               가 일어나기 때문이었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마을의 젊은이들이 병들고 죽어갔다. 이에 마을
               에서는 그 원인을 산신제를 지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2000년에 마을의 주민들이

               경비를 추렴하여 다시 당집을 짓고 산신제를 지내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2020년 현재
               당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개발로 인한 아픈 현실이다.
                산신제를 다시 지내면서 마을에 특별히 더 좋은 일들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크게 나쁜 일이

               발생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매암산 산신의 은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2008년 현재 이 마을에
               산신을 믿는 정도는 확실히 파악할 수 없다. 대체로 불교를 많이 믿고 있으나, 교회를 다니는 사

               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종교와는 무관하게 마을의 토박이들은 산신을 믿는 사람도 꽤 있다. 산
               신을 믿음으로써 마을에는 나쁜 일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한다.



               ■ 제장과 주변


                당집의 내부에는 제의에 사용되는 그릇들이 보관되어 있다. 당에 두지 않고 그것이 마을로 오

               게 되면, 임산부가 쓸 수도 있고, 상갓집에서 쓸 수도 있으므로 온갖 부정이 들 수 있기에 함부
               로 당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다.  한켠 가득히 제에 쓰이는 음식을 올리는 나무 단상이 두개 있




               218  김용국
   215   216   217   218   219   220   221   222   223   224   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