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6 - 오산학 연구 6집
P. 176
Ⅵ. 임진년 겨울, 독산성의 하루
병사들은 성 밖을 돌며 남은 잡목을 깨끗이 베어냈다. 적의 기병이나 보병들이 올라오기 어렵
게 나무줄기를 일부 남겨두고, 목책을 설치했다. 성에서 활을 쏘아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거리
까지 모든 나무를 제거했다. 굵은 나무는 숯을 만들어 성에 고이 저장했다. 숯불은 여러모로 용
도가 많았다. 화약과 화포, 활과 화살도 점검했다. 성능이 좋은 화약무기와 활 이상으로 성곽 방
어에 유용한 것은 바로 돌이었다. 성 주변에서 둥근 바위와 주먹만 한 돌을 찾아내 지게로 져 날
랐다. 이렇게 모은 돌은 성 요소요소에 쌓아두었다. 적이 가까이 왔을 때 바위를 굴리거나 던지
는 돌은 활이나 총포만큼이나 적에게 위력적이다. 구르는 바위는 성벽으로 접근하는 적에게 엄
청난 타격을 입혔다. 굴러가는 바위는 총포 이상의 파괴력을 가졌을 뿐 아니라 공포심도 안겨주
었다.
독산성에 주둔한 1만의 병사들 중에는 이치전투에서 적과 싸워 물리친 전투 경험을 가진 병사
들은 물론 이치전투 이후에 모집되어 적과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신참도 있었을 것이다. 왜구나
여진족과의 전투 경험을 가진 소수의 장교들도 존재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임란 때 활약한 장수
들 중에는 상당수가 여진족과의 전투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200년 동안 전쟁을 몰랐
다.”는 식의 표현은 옳지 않다.
병사 중에는 야전에 익숙한 늙은 병사와 갓 군복을 입은 스무 살 남짓의 젊은 병사, 활을 잘
쏘는 병사, 승자총통을 비롯해 화기를 전문으로 다루는 병사, 창을 잘 쓰는 병사, 깃발을 담당하
는 병사, 군령을 전달하는 발이 빠른 병사, 독산성 주변 지리에 밝은 지역 출신의 병사, 돌팔매
에 능한 병사들이 있었다. 부대마다 물을 긷고 밥을 짓는 일을 전담했던 병사들을 배치되었다.
부상자를 치료하고 돌봐주는 병사, 성을 쌓는 기술을 가진 병사, 목수 일에 능한 병사, 석공 출
신의 병사, 창검을 제작하고 수리하는 병사, 활과 화살을 제작하고 수리하는 병사. 밥을 짓는 병
사 등 온갖 종류의 병사들이 제각각 맡겨진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장수는 자신에게 소속된 병사들의 능력과 소질을 빠르게 파악해서 각자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전투를 전담하는 일반 병사들 중에도 힘이 센지, 담력이 있는지, 달리기를 잘
하는지 등 개인적 역량을 파악해야 적재적소에 군사를 배치해야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특
히 전투를 치루기 위해서는 깃발로 전투 명령을 전달하는 기수와 북과 징, 나팔로 명을 전달하
는 고수를 단위 부대별로 배치하여 일시에 명을 전달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 북과 징을 쳐
서 전체 군사들에게 공격하고 멈추는 훈련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안 넓은 곳에서는 좌작진퇴
174 김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