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1 - 오산학 연구 4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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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아기장수이야기는





                 <당대當代는 난세亂世>라는 말이 있다. 자기 자신이 살아가는 시대는 항상 어지럽고 혼란스

                러운 세상을 살고 있다는 말이다.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살아가는 길이 인생길이다. 인간의 삶이 평탄한 아스팔트 길과 아름다

                운 꽃길로만 만들어져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이런 삶이 있다면 아마도 인간의 삶이 아닌 천
                상의 삶일 것이다.
                 비근한 예로 우리 현대사를 살펴보자.

                 나라를 빼앗긴 일제시대를 살았던 선조들은 일제의 수탈과 차별, 억압에 고난의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다. 이름도 빼앗기고 글자도 빼앗기고, 내가 농사지은 쌀도 빼앗기고 심지어 태평양
                전쟁에 징용으로 끌려가 목숨을 잃고, 꽃같은 누이들은 위안부로 치욕의 삶을 살아야했다.

                 그 다음 세대는 해방과 6.25전쟁을 겪었으며 보릿고개를 극복하고 산업화를 이룬 삶은 얼마
                나 치열했었나? 자본이 없는 조국에서 태어나 머나먼 타지에서 광부로 간호사로, 그리고 열사
                의 땅 중동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렸으며, 베트남 전쟁에 용병으로 참전해 피끓는 청춘을 바쳐

                배고픔의 세월을 이겨냈다.
                 그리고 다음 세대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주도하고 87년 6.10항쟁을 통해 시민의식의 고

                양를 이뤄낸 사람들이다. 길거리에서 대학생으로 보이면 남녀를 불문하고 전경들이 책가방을
                아무 거리낌 없이 검문했으며, 다방에서 몇몇 지인들끼리 정부 비판적인 얘기를 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남산(중앙정보부, 국가정보원 전신)에 끌려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불안과 공포의 시대

                를 시민들의 힘으로 극복했다. 그러나 1997년 사상 초유의 국가 부도 사태를 겪으며 실직과 부
                도, 가정파괴 그리고 거리의 노숙자로, 삶이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휘청거렸던 세대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3포세대라 해서 <연애, 결혼, 자녀>를 포기한 세대라고 칭하고 있다. 그
                러나 이들에겐 아직 더 많은 시간이 지나야 적당한 규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짤막하게 살펴본 것처럼 우리의 현대사를 살아온 사람들 모두 당대의 아픔과 시련을 겪고 살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당대는 난세>인 것이다. 난세는 전쟁이 나거나 이에 준할 만큼 어지러
                워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없는 세상이다.
                 사람들이 난세를 살아가면서 느끼고 생각하는 부분은 이 어지럽고 혼란스럽고 힘겨운 삶에서

                구해줄 구원자 또는 영웅의 출현을 간곡히 바라게 된다. 우리에겐 그것이 진인(眞人)이고 정도
                령이며 미륵이었다. 그리고 아기장수였다.



                                      아기장수 이야기의 지속성과 어머니의 역할 그리고 오산 아기장수 이야기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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