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7 - 오산학 연구 1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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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서론





                  조선시대 건국 이념은 崇儒抑佛이다. 조선은 儒敎를 숭상하고 불교를 억누르는 것을 기본

                이념을 삼은 유교 국가였다. 따라서 유교를 확산하는 일은 조선시대 국왕과 관료들이 해야 할
                중요한 임무였다. 이를 수행하기 위하여 조선 건국 후 성균관을 만들어 공자를 배향하고 전국

                모든 고을에 향교를 만들어 공자 제향과 유교 이념의 교육을 시켰다. 이처럼 조선시대는 전국
                모든 고을에서 해마다 봄 가을 두차례 공자의 제향을 지냈다. 자기 나라 선조가 아닌 인물에게
                온 나라 백성들이 제향을 두 차례나 지냈으니 공자의 위상은 참으로 대단했다.

                  조선후기에 이와 같은 성균관과 향교의 공자 제향 기관과 또 다른 형태의 제향 기관이 등장
                하였다. 그것이 바로 闕里祠다. 궐리사는 일반적으로 공자의 고향인 중국 곡부에 있는 공자의
                사당을 가리킨다. 이곳은 중국의 향교와 달리 공자의 후손이 대대로 관리하고 제향을 하는 곳

                이다. 현재 사회주의 국가로 변해있는 중국에서도 이 제향은 변하지 않고 공자의 후손들이 담
                당하고 있다. 중국의 역대 왕조들은 이곳 궐리사와 공자 후손에 대한 지원을 통하여 文治主義
                             1)
                를 표방해왔다.
                  조선후기에 건립된 대표적 궐리사는 현재 충청남도 논산시 노성면과 경기도 오산시 두 곳에
                     2)
                있다.  이 두 곳은 공자의 후손이 제향을 주관하였고, 조선이 中華의 계승자였음을 표방하였
                지만 그 성립 배경에는 차이가 있다. 숙종대 세워진 노성의 궐리사가 소론의 창시자인 윤증의
                저택을 은밀히 감시하기 위하여 만든 노론의 의도가 숨어있는 영당이라면, 화성궐리사는 정조
                의 개혁의지와 실천속에 만들어진 영당이다.              3)

                  정조는 1789년(정조 13) 7월 사도세자의 묘소를 수원도호부로 이전하고 본격적인 수원신도
                시 건설사업을 추진하였다. 이 과정에서 정조는 수원도호부에서 승격된 화성유수부를 유교 문

                화의 중심지로 만들고자 하였다. 더불어 君師인 자신이 공자의 학문적 후예라는 인식을 심어




                1) 이욱, 조선시대 노성 궐리사와 공자 사당, 『종교연구』47, 한국종교학회, 2007. 2쪽.
                2) 충청남도 논산시 노성면의 원래 지명은 이산(尼山)이었다. 정조가 즉위하고 난후 정조의 이름인 이산(李祘)과 음이 같
                  아서 이름을 이성(尼城)으로 개명하였다. 1798년(정조 22) 정조가 자신의 이름을 한자는 그대로 쓰지만 이성(李祘)으
                  로 고치면서 이성(尼城)의 지명이 또 국왕의 이름과 같다고 해서 노성으로 개명하였다. 이 논문에서 지명 이름인 이성
                  은 곧 오늘날 충남 논산시 노성면이다.
                3) 화성궐리사는 곧 현재 오산시 궐동에 건립된 궐리사를 말한다. 고대부터 1949년 8월 15일 이전까지 수원도호부 혹은
                  화성유수부는 현재의 수원시, 화성시, 오산시를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이 논문에서 표기되는 수원 혹은 화성은 현재
                  의 3개시 행정구역을 모두 포괄하는 것이다.


                                                               오산의 궐리사 설립 추이와 역사적 의의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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