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2 - 오산문화총서 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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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고잔(古棧)과 연성(蓮城)은 광개토왕비문의 고사연성(古舍鳶城)과 소릿값이 같다. 음가와

               지리적 위치가 같다.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는 속담을 되새기게 하는 놀라운 일이다.


                2) 필자는 고사연성(古舍鳶城)에 쓰인 사(舍)를 ‘사이 ㅈ’으로 본다.

                우리말에 ‘사이 ㅅ’의 쓰임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가락국의 하나인 경상남도 창녕의 비사
               벌(比斯伐)이 그 좋은 예이다. 비사벌(比斯伐)은 빗벌(빛벌)인 바, 화왕산성(火旺山城)을 가리킨

               다. 창녕에서는 3년 주기로 화왕산억새불꽃축제를 벌이는 행사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우리말에
               ‘사이 ㅅ’뿐만 아니라 ‘사이 ㅈ’의 쓰임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고잔’, ‘돌곶이’ 등이다.
                필자는 광개토왕비문에 쓰인 ‘사이 ㅈ’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바닷물이 내륙 깊숙이 들어

               온 곶안(串岸,串內)을 고단(古湍)으로 부르지 않고 고잔(古棧)으로 부르고 표기한 지명을 보고
               만세를 불렀다. 설명을 덧붙이면 고사연성(古舍鳶城)의 古舍의 음가는 ‘고사’가 아니라 ‘고지’이
               었던 그러므로 광개토왕비문의 고사연성(古舍鳶城)을 제대로 읽으면 고지연성(串支鳶城)이 되

               는 것이다.


                3) 시흥시 연성동에 4개의 곶리가 존재한다.

                하직곶리(下職串里)와 중직곶리(中職串里), 하직곶중리(下職串中里)와 하직곶하리(下職串下
               里)가 있다. 아래곶이, 중간곶이, 아래중간곶이, 아래아래곶이의 다른 이름이다. 또 배실고지는

               ‘배가 쉬는 곶’이라는 의미이다. 모두 바닷가를 의미하는 지명이다.
                최근 이곳 시흥시에 ‘배곧신도시’가 건설되었다. 그런데 ‘배곧신도시’는 ‘배곶신도시’로 써야 어
               법에 맞는다. 소리나는 대로 읽으면 ‘배곧’이지만 표기는 ‘배곶’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지명 배실

               고지의 역사적 전통성이 유지되는 것이다.



                4) 고잔(古棧,串岸)은 경기도 안산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잔이라는 바닷가의 지명은 여러 곳에서 발견되었다. 인천광역시에도 고잔동이 있고 경기도
               화성시 장안면에도 고잔이 있다. 인천광역시 고잔동에는 고잔TG가 있고 경기도 화성시 장안면

               에는 고잔 마을이 있다. 두 곳 역시 내륙 깊숙이 들어온 바닷가의 지명이다. 무려 1,600년 전에
               도 우리 조상들은 곶안을 고단이라 말하지 않고 고지안(串ㅈ岸)으로 발음했던 것이다. 필자는
               어제의 일처럼 생생한 이 말을 듣고 좋아서 방바닥에 뒹굴었다.









               190  임종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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