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오산문화 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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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VOL. 73 osan culture
나의 운명 34주년 글 _ 김금숙 | 세마동
내 나이 스물두 살 우리 집은 서울로 이사를 왔다. 엄마랑 오 임없이 전화가 왔다. 첫 만남 때는 그
빠는 이삿짐과 함께 먼저 떠나시고 나는 동생들을 인솔해서 서 저 그랬지만 자주 만나다 보니 믿음직
울로 향하는 기차를 탔다.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했던가. 꼭 그 스럽고 듬직하고 좋았다. 네 살 차이면
런 기분이었다. 머릿속이 온통 서울에 대한 환상과 기대감으로 궁합도 안 보고 결혼해도 된다는 말도
가득 찼다. 있고 직업도 경찰이라서 더욱 신뢰가
상상 속의 나는 이미 멋진 커리어우먼으로 변신해 있었고 엄마 갔다. 그래서 그 후 소개팅을 주선한
와 동생들은 통닭을 실컷 먹으며 도란도란 행복한 모습이 그 그 남자분은 지금의 남편이 되었고, 오
려졌다. 상상만으로도 흥분이 되어서 몇 시간 동안 달리는 기 산에 정착한 지도 32년이 지나고 있다.
차에서의 지루함이 전혀 없었다. 서울만 올라가면 모든 사람이 엄마는 늘 말씀하셨다. 맏딸은 살림 밑
성공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그 날의 설렘을 아직도 잊을 수가 천인데 어리디어린 나이에 조서방이 보
없다. 며칠을 이삿짐 정리를 한 후 나는 집과 가까운 직장에 입 쌈해가듯 낚아채 갔다고…
사했다. 아직 손이 많이 가는 초등학교 다니는 동생이 있어서 그때는 요즘처럼 살림이 넉넉하지 않아
가까운 곳으로 정하게 되었다. 서 어른들은 맏딸에게 많이 의지한 듯
서울에서의 생활이 어색했지만, 사장님과 직원분들이 가족처 하다. 결혼 후 우리 남편은 나한테도
럼 잘 챙겨주셔서 금방 적응하게 되었다. 직장에서의 생활은 정 잘했지만, 장모님께도 지극 정성으로
말 재미있었다. 나보다 2살 많은 언니가 있었는데 친언니처럼 잘해드렸다. 엄마가 그러셨다. 조서방
서울 구경도 시켜주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녔다. 어느 날 잘 만났다고. 결혼 잘했다고….
회사 언니는 소개팅을 제안했다. 뜻밖이었지만 마음속에 뭔가 스물두 살에 만나서 불같은 사랑을 나
큰 기대가 되었다. 그때가 한창 88서울올림픽 때문에 사회적 누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결혼을
분위기가 들떠있었던 때라 내 마음도 들떠 있었다. 소개팅 받기 한 우리는 벌써 34년째다. 아들 둘을
로 한 날 한껏 멋을 부리고 치장을 하고 약속 장소에 나갔다. 낳고 결혼도 시키고 손주들도 보고…
상대방은 경찰대학교 학생이었다. 두근두근 기대감에 나간 소 남편 환갑도 치렀으니…
개팅 자리는 회사 언니와 상대방을 소개해주는 남자분과 네 우리 부부는 아직도 첫 데이트 한 날
명이 만났는데 다들 서먹서먹하게 차 마시고 헤어진 기억밖에 짜를 달력에 표시해 놓고, 그날만큼은
는 없다. 소개팅남하고는 인연이 아니었나 보다. 정말 지금 생 찬란했던 스물두 살의 나로 돌아가 하
각해도 너무 어색했던 기억이다. 루를 기념한다. 나는 그때 그 당시로
하지만 그날 이후로 소개팅남의 연락이 없었지만, 그 남자를 돌아간다 해도 나의 선택은 같을 것 같
소개해 준 남자분에게서 진지하게 만나보고 싶다고 회사로 끊 다. 우리 부부는 운명 같은 인연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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