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의 여유
매화일지춘 (梅花一枝春)
류윤숙 | 중앙동
매화 한가지 놓여있었다
봉긋하게 성글은 몇 알
만개한 몇 잎이 나를 맞았다
아직은 조용한 골목
나의 가게 문 앞에 봄이 와 있었다
이렇게
곰살맞게 예쁜 짓을 한 게 누구일까?
짐작이 간다
백자 항아리에 비스듬히 꽂으니
여백의 자태가 담박하다
梅花一枝春
육개(陸凱)의 증범엽시 (贈范曄詩)는 없을지라도
몇 잎 따서 찻잔에 담으면
이 또한
향기로운 봄소식 이리라
감흥만으로도 화사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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