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4 - 오산학 연구 6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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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필요가 있게 되었다. ‘평화’라는 주제에 대해서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대두
된 것이다.
2) 콘텐츠의 적용방법
그렇다면 전술한 이러한 전쟁사와 평화학을 유엔군초전기념관에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을까.
평화학은 나와 타인, 나와 환경, 타인과 타인, 타인과 환경 등 상호간 ‘관계’의 학문으로 생각된
다. 평화를 파괴하는 폭력들을 이러한 관계에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평화학이 추구하는 바
로 여겨진다. 폭력을 해결하고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러한 관계 사이에 있는 주체들의 상황
4)
과 입장을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듯 타자의 상황에 공감하여 평화감수성 을 길렀을 때
평화를 실천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공감하고 통감할 수 있는 ‘개인사람’의 이야기, 보편적인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대
상은 참전용사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현재 유엔군초전기념관 상설전시 내용 중에서
관람객들이 가장 인상 깊게 관람하는 공간은 마지막 부분의 ‘참전용사 명판’과 ‘스미스 부대로부
터 온 편지’이다. 참전자 한명 한명에 대한 정보와 사진을 전시하고, 그들이 전쟁 당시를 회상하
는 영상은 관람객이 참전자 개인을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듯이 체감하게 된다. 즉 당사자 이야기
에 관람객이 몰입하고 공감이 되었기 때문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지구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
던 나라까지 와서 싸우다 스러진 이들에 대한 안타까움, ‘이들에게도 가족이 있었을 텐데’, ‘전쟁
속에서 사람이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을 때의 고독함과 공포는 어떠했을까’ 등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전시를 보고 나왔을 때 ‘나에게 갑작스럽게 이런 상황이 생긴다면, 나는 어떤 말을 하게 될까?
어떤 행동을 취하게 될까?’ 이 생각을 방문객들이 할 수 있다면 그 전시는 성공한 것이다(최호
근, 2019:200). 즉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전시가 아닌 관람객이 스스로 생각하고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전시를 추구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내용들을 전시에 활용하기 위해 기념관에서는 참전용사 구술채록 사업을 지속적으로
4) 평화감수성이란, 자신의 삶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 요소들을 파악하고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후천적·사회적 능력으로,
이러한 마음은 처지가 다른 사람과 쉽게 소통·공감하는 능력 발휘할 수 있다(허승환·이보라 2016 p.19). 또한 지식적인 차원
에서 나아가 평화롭지 않은 상황에 반응할 수 있는 민감성을 길러 평화 능력을 형성하고 그것을 실천하려는 의지를 갖는 것이
다(김기표 2014). 자신이 폭력에 희생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 또한 누군가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걸 되돌아볼 수
있는 ‘폭력 민감형’ 인간이 늘어야 세상의 폭력이 사라지고 평화로워 진다(정주진 2015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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