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4 - 오산학 연구 1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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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이외의 개인적인 볼 일로 역을 이용하는 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처벌하겠다고 공언하였

               다. 역은 대체로 각 군현에 2~3개씩 설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역은 주읍(군현)과 상호 보
               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는 것이 바람직하였다. 실제로 역과 주읍
               거리가 너무 멀거나 역 사이의 거리가 고르지 못한 경우 역의 중요도에 따라 역을 옮기거나 합

               병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같은 행정구역내에서만 옮기는 것뿐만 아니라 아예 주읍을 바꾸
               어 이속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오산(수원)의 청호역이 대표적인 예인데, 원래 수원부에 속하였

               던 청호역은 세종 6년(1424) 날로 황폐해지는 진위현을 되살린다는 명목하에 진위현으로 이
               속되었다. 비록 14년만인 세종 20년(1438)에 다시 수원도호부로 되돌아왔지만 이후로도 재이
               동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다. 조선시대의 역로는 고려시대와 마찬가지로 역도-속

               역체계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도로의 상태와 중요도 및 산천의 거리에 따라 수 개 내지 수십
               여 개의 역을 한 데 묶어 역도로 편성한 다음 역승이나 찰방(察訪)의 지휘 감독 아래 순행하며
               관리하였다. 고려시대의 역도가 조선시대에 이르러 언제쯤 완전 개편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부분적인 개편은 앞에서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태종 때 이루어졌으며, 세종 때에는
               전국적인 규모의 역로망을 새로이 조직하였다. 세조 때도 3번에 걸친 개편이 있었는데, 세조
               3년(1457)에 있은 1차 개편은 주로 기존의 역도를 통합하는 방향으로, 2차(세조 6년)와 3차(세

               조 8년) 개편은 역 사이의 거리를 조정하여 재편성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이때 수원에는 청호
               역, 장족역, 동화역이 있게 되었다. 이 3역은 양재도에 속하였는데, 청호역은 수원도호부의 동

               쪽 25리에 있었으며, 장족역은 부의 동쪽 30리, 동화역은 부의 서쪽 7리에 위치하였다. 그리
               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수원에는 이밖에도 오산원(烏山院), 사원(蛇院), 대제원(大梯
               院) 등의 3개의 원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중 오산원(烏山院)은 오산지역에 있던 원이다.

                 『경국대전』에서는 전국의 역을 그 규모라든가 중요도에 따라서 대로, 중로, 소로로 구분하는
               데, 경기도에 대로와 중로가 집중된 것은 무엇보다 교통량이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 수원도호

               부의 청호역은 중로에 속하였으며, 장족역과 동화역은 소로에 속하였다. 조선시대의 중앙역은
               병조(兵曺), 승여사(乘輿司)의 지휘 감독을 받았으며, 지방의 역도는 찰방이나 역승의 지휘 감
               독을 받았다. 이미 고려 말부터 나타나는 역승은 서울의 크고 작은 관아에서 10년 동안 복무한

               뒤 퇴직하는 서리 가운데 채용시험을 통과한 사람이 임명되었다. 품계는 동반 9품이었다. 이
               들에게는 더 이상의 승진은 허용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임기도 15개월 정도에 불과하였다. 따
               라서 그들은 대개 역로를 돌보기보다 사리사욕을 쫓는데 치중하는 폐단이 있었다 한다. 더욱

               이 역로를 이용하는 관리 등으로부터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이와 같은 사정으로 결국 역로쳬
               계가 문란해지자 일찍부터 종6품 벼슬의 찰방이 파견되어 중요 역도를 관할하였다. 중종 30년




               132  남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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