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14 - 오산학 연구 4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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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자는 듯 사색하는 고양이, 호기심 어린 커다란 눈동자에서는 선함과 친근함이 느껴
지는 등 다양한 형상을 통해 그가 고양이에 쏟는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차분히 가다란 붓으로 표
현된 수많은 붓질을 통해 고양이는 화면에 채워지고 그를 통해 묘사된 고양이는 멈춘 시간과 공
간속에 갇혀 우리 앞에 다가선다. 화면 속에 표현된 고양이는 대부분 정지된 상태로 앉아있다.
무언지 알 수 없는 곳을 응시하는 눈동자에서는 무심함도 묻어난다.
배경색은 단색 혹은 주조색을 중심으로 변화되는 느낌은 화려하지만 결코 강렬하진 않다. 이
런 배경처리는 주제인 고양이 형태를 부각시키기 위한 보조수단을 넘어 무언가 말하고 싶어 한
다. 그리고 작품에서 등장한 ‘민들레 홀씨’, ‘벚꽃’, ‘능수화’가 배경의 한 부분을 차지하면서 고양
이와 꽃과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고 있다. 인간이나 동물 모두에게 시간은 거역할 수 없는 자
연의 순리고 이런 순리를 아름다운 꽃으로 의미를 담고 있다.
312 공병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