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 - 오산문화 62호
P. 5
2016 VOL. 62 osan culture
지에 이렇게 기고했습니다. ‘그 날은 1944년의 몹시 추운 겨울 글씨 엽서를 주고받으며 아날로그적
이었다. 나와 함께 감금된 아버지께서 나와 친구 몇 명을 수 감성으로 희망을 이야기하자는 운동
용소 건물 한 구석으로 모이게 하셨다. 아버지는 그날이 유대 입니다. 우리는 2017 희망의 엽서보
인의 명절인 ‘하누카의 저녁’이라고 하셨다. 아버지는 진흙 주 내기를 통하여 우리 마음속의 따뜻
발을 내놓으시더니 수용소에서 좀처럼 구하기 힘든 귀한 버 한 감성을 되살리고, 그 온기로 희망
터를 녹여서 심지를 적시고 촛불을 대신하여 불을 켜셨다. 나 의 씨를 싹 틔우고 싶은 것입니다.
는 아버지께 그 귀한 버터를 먹지 않고 낭비하는 데에 항의했
다. 아버지는 가만히 나를 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람 오산문화원은 매년 1월 1일 오산 독
은 밥을 먹지 않고도 3주간을 살수가 있어. 그러나 희망이 없 산성 세마대지에서 새해 해맞이 행
이는 한순간도 살 수가 없단다.” 희망을 잃지 않은 그는 지옥 사를 합니다. 새해 첫 날 신새벽에 시
같은 수용소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절망적인 민들과 함께 독산성 세마대지에 올
상황일지라도 희망을 잃지 않으면 이겨낼 수 있다는 이야기입 라 여명을 뚫고 힘차게 떠오르는 ‘새
니다. 해’를 바라보며 새해의 희망을 생각
하고 소망을 비는 행사입니다. 신새
우리 부모님세대는 더 어려운 시대를 겪으면서도 희망을 잃지 벽을 깨우는 북소리와 함께 새해를
않았습니다. 우리 부모님세대는 정말 격변의 20세기를 온몸으 보면서 소원문쓰기, 소망풍선날리기,
로 살아온 분들입니다. 암흑이었던 일제 강점기 시대와 그 끔 희망의 엽서쓰기 등을 통하여 시민
찍했던 6.25 한국전쟁, 그리고 배고픔의 시대, 독재의 시대를 들이 새해 희망을 꿈꾸고 소망을 빌
온몸으로 견디며 살아오신 분들입니다. 그분들이 그 절망적인 게 하는 행사입니다.
시대적 상황을 견디고 이겨낸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그것
은 바로 ‘자식들’이라는 희망이었습니다. 내 자식들만큼은 이 “새해에는 날마다 좋은 날 되게 해
고통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강렬한 염원과 희망이 그 엄혹한 주소서. 꿈을 꾸며 살아가게 하소서.
시대를 견디게 했고, 현재와 같은 풍요의 시대를 만드신 것입 희망을 갖고 살아가게 해주소서. 사
니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갖고 노력하면 밝은 미래 랑하며 살아가게 해주소서. 감사하
를 만들 수 있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보여주신 것입니다. 며 살아가게 해주소서. 오늘보다 더
우리 사회에 다시 희망이 넘쳐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 나은 내일이 되게 해주소서”
리 모두 희망을 이야기 하고 희망을 나누어야 합니다. 이번에
우리 오산문화원에서는 ‘2017 희망의 엽서 보내기’ 운동을 전 2017년 새해에는 우리 모두에게 희
개합니다. 2017년 새해를 맞아 부모님께, 자식들에게, 친구나 망으로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빌어
동료들에게 희망의 엽서를 보내 다함께 희망을 나누는 운동 봅니다.
입니다. 스마트폰의 SNS가 대세인 요즘에 직접 손으로 쓴 손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