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2 - 오산학 연구 2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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Ⅴ. 부산동에서 채록된 옛이야기





               1. 과거도 치르지 않고 암행어사가 된 사람



                 경상도에 딸만 셋을 낳은 생원이 있었다. 워낙 낮은 벼슬이라 사위를 얻어서 큰 벼슬을 시키

               고 싶었다. 그래 큰사위를 얻었는데 매번 과거시험을 보면 낙방만 하였다. 둘째사위를 얻어서
               또 과거 준비를 시켰다. 그런데 사위 둘 다 과거시험을 보면 또 떨어지곤 하는 것이었다. 그래
               서 궁리를 하다가 어디 가서 점을 쳐보았다. 그 점괘에서 말하기를 “강원도 대관령에 가면 키

               가 부쩍 큰 장승같은 떠꺼머리총각이 이리로 넘어 올 것이다. 그러면 그 총각을 사위로 맞아
               과거시험을 보게 한다면 과거에 합격 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생원은 강원도 대관령을 며칠을 걸어서 도착하였다. 산마루터기에 올라가 앉아

               서 쉬고 있는데 점쟁이의 말과 같이 튼튼하고 건장한 총각이 넘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당신
               어디 가느냐?”고 물어 보니까 “돈 벌러 간다”고 하였다. 그래서 “다른 데 돈 벌러 갈 것 없이
               우리 집에 가자. 가서 일만 잘하면 우리 집에서 같이 살자”하고 데리고 왔다. 신체도 좋고 하여

               글을 가르쳤다. 셋째 사위가 글을 3~4년 배운 사람을 따라가지는 못해도 그래도 두 사위와 함
               께 셋을 다 과거시험을 보라고 보냈다. 셋이 보따리를 매고 가는데 먼저 동서 둘이 “저게 무슨

               과거를 볼까?”하면서 막내 동서 흉을 보았다.
                 가다가 보니까 큰 대갓집인데 그 집에 무슨 큰일이 있는 것 같았다. 동서들이 “너, 기운도 장
               사고 하니 이 담을 뛰어 넘어 갈 수 있느냐?”하였다. 그러니까 막내 동서가 “그까지 것 못 뛰어

               넘겠느냐”고 하면서 훌쩍 뛰어 넘어 갔다. 그런데 그 안에서 보니 높이가 담장 밖에서 보는 것
               보다 훨씬 높았다. 그러니 들어가기는 했는데 나오지는 못하고, 사람들은 막 지나다니며 보는

               데 큰일이었다.
                 과거시험 보러 가는 길인데 도둑으로 몰리면 큰일이지 않는가? 과거도 못 보고… 그래서 막
               내사위는 후원 으슥한 데로 숨었다. 어두울 때를 기다리며, 어두우면 대문을 찾아 나가리라 하

               고 있었다. 그런데 두 동서들은 막내동서를 팽개치고 그냥 과거를 보러 갔다.
                 이제 날이 어둑어둑해져서 막내사위가 나올 구멍을 찾으려 살살 나오는데 어디서 ‘펑’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쪽을 휙 보니까 중이 하나 그 집으로 담을 넘어 들어오더란 것이다.

               틀림없이 ‘초달(楚撻 : 닦달하거나 문초함)이 있을 거다’, ‘아니 무슨 방법이 있을 거다’ 하면서
               중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보았다. 가만히 집안의 돌아가는 형편을 보니까 그 이튿날이 이집




               330  한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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