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 - 오산문화 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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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VOL. 64  osan culture













                                                                                      진 길 장 Ⅰ시인


                                                   팔순을 넘긴 장모님은
                                                   앞마당에 쌓아 둔 팥 단 건불 고르느라
                                                   쌀 까부르던 키를 들고

                                                   빗방울 떨어지는 무밭 머리에서
                                                   키를 치며 팥알을 고른다
                                                   쭉정이와 건불을 사정없이 내치고
                                                   잘 여문 붉은 팥알을 키 안으로 모은다

                                                   키질 한 번 할 때마다
                                                   육남매 키운 세월의 등줄기는
                                                   더 굽어 진다



                                                   행목리 노인정엔
                                                   삭신 쑤시는 고단함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안산으로 시집간 딸과

                                                   당진에 횟집 차린 아들 사는 이야기에
                                                   스무날
                                                   수숫대 머리 위 구름 사이로
                                                   달 기우는 밤이 깊어간다









                                                   • 경기 용인 출생
                                                   • 무크지 [경기민족문학] 작품 활동
                                                   • 동인지 [사람과 땅의 문학] 작품 발표
                                                   • 오산문인협회 부회장
                                                   • 오산성심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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